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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신간도서 242

[뉴욕코리아] 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 - 박정현 시집

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 - 박정현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4)   책 소개  박정현 시인의 『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는 곡진한 전언과 같은 시집이다. 자본주의가 모든 인간적인 것을 수치화하고, 환금성이 없는 예술을 도태를 넘어 절명에 이르게 하는 ‘지금, 여기’ 문학장文學場의 현실에서 낮고 깊은 눈길로 세계를 응시하고 자신의 기억을 끌어올려 서정적 미학의 건축물을 부려놓는다. 그의 시는 심미적 감식안을 통해 비극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론적 원적原籍이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현대라는 위험의 내밀성을 돌파하고 “말해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머물지 못하리라”는 말라르메의 말처럼 그는 경험과 기억을 삶의 기저로 재현하며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어둠을 밝히는 잔잔한 ..

추천신간도서 2024.12.17

[뉴욕코리아] 2024 계간 상상인 겨울호 Vol.10 (통권 10호)

2024 계간 상상인 겨울호 Vol.10 (통권 10호)    2024. 계간 상상인 겨울호 Vol.10초판발행 2024년 12월 6일 |발행처 도서출판 상상인 |정가 15,000원 |208쪽 |ISSN 2765-2335  세상은 변하는데 ‘나’만 변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어제도 그러했다. 왜 요즈음 시는? 왜 요즘 소설은? 왜 요즘 노래는? 물음표 하나로 세상의 코를 꿰고 제멋대로 재단하는 폭력적 언사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정답이 없는데 정답인 양 주장하고, 없는 길을 가면 시가 아니라고 목청을 높이니, 어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홍일표  중에서 김륭 시인 특유의 음악성 또한 느껴졌는데 시인이 시를 쓸 때의 ‘심적 유희’를 건네받는 기분이기도 했다. 물고기, 닭, 새, 개, 토끼, 고양이,..

추천신간도서 2024.12.17

[뉴욕코리아] 걷는 나무 - 박달달 그림책

걷는 나무 - 박달달 그림책  (아동출판 상상아)   책 소개 “너희들은 햇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단다. 숲에서는 큰 나무가 해를 가리지.”“내가 세상으로 가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 보고 소식 전할게!”  나무는 움직일 수 없으며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든 순응하며 뿌리를 내립니다. 작가는 『걷는 나무』를 통해 나무라는 고정된 속성에 상상을 불어넣습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도전하며 자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직접 동화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함께 실었습니다. 멀리 떠나서 새로운 자리를 단단하게 하거나 현재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는 뿌리의 힘이 가족들의 믿음과 사랑에서 비롯됨을 알게 합니다. 내용을 이끄는 정통적인 기술과 친근한 서술방..

추천신간도서 2024.12.17

[뉴욕코리아] 새를 키우고 싶은 개가 있을 겁니다 - 김 륭 시집 ( 제5회 선경문학상 수상집)

(제5회 선경문학상 수상집)새를 키우고 싶은 개가 있을 겁니다 - 김 륭 시집 (상상인 기획시선6)  책 소개  시인은 “마음”을 “흙으로 빚어”진 것으로 본다. 이것은 시인에게 새로운 발견이다. 이 발견은 시인으로 하여금 “뭐든 말할 수 있고” 또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말과 글의 가능성은 그것이 “흙으로 빚어졌다는” 데서 기인한다. “흙”이란 자연스럽게 그 속으로 무엇이든지 스며들기도 하고 또 나가기도 하는 그런 존재이다. 이것은 “흙”이 막혀 있거나 닫힌 존재가 아니라 열려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시인은 ‘외로움’을 “마음이 식물처럼 걷는다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초점은 “식물처럼”에 있다. 시인이 강조하려 한 것은 ‘외로..

추천신간도서 2024.11.30

[뉴욕코리아] 맨드라미 붉은 마당을 맨발로 - 한혜영 시집 (제2회 선경작가상 수상집)

(제2회 선경작가상 수상집) 맨드라미 붉은 마당을 맨발로 - 한혜영 시집 (제2회 선경작가상 수상집)   (상상인 기획시선 7)  책 소개  한혜영의 시집 『맨드라미 붉은 마당을 맨발로』는 뛰어난 관찰력, 유창한 은유와 비유의 구사, 낯설고 신선한 상상력, 정확한 언어 사용 등은 그녀의 시 세계를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주는 원동력이었다.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면서, 이를 ‘환상’이라 부를 수 있는 특별한 방식으로 구조화한다.한혜영이 조성하는 시 세계는 일상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걸어 다니는 금강송”이라는 시의 서두는 일반적인 인식의 한계를 파괴한다. ‘식물’로서의 ‘금강송’이 탁 트인 초원에서 스스로 움직인다는 설정은 매우 낯선 것이..

추천신간도서 2024.11.30

[뉴욕코리아] 그대라는 오해를 사랑하였다 - 김은상 시집

그대라는 오해를 사랑하였다 - 김은상 시집 (상상인 시선 054)   책 소개 ‘오해’와 ‘사랑’이라는 말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것은 시인이 그동안 환원해 온 침묵에서 비롯된 개인의 언어일 것이다. 가장 내밀한 영역에서 비롯된 이 말들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무한한 시간을 내포한다.그럼에도 시들을 읽어보면 그때의 무수한 엇갈림이 얼핏 스치는 것 같아서 마음 한 곳이 저리기도 했었다. 예전에 들었던 그때 그 말이 알고 보니 전혀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낄 법한 쓰라림 같은 것이었다. 감정의 여백은 오해를 환하게 꽃 피우지만, 어느 순간 무심하게 다시 져버린다. 그것을 바라보는 누군가는 그 여백을 통해 비로소 사랑의 무게를 느낀다.김은상 시인의 시에서 느껴지는 의미..

추천신간도서 2024.11.28

[뉴욕코리아] 나는 진실합니까 - 권미강 산문집

나는 진실합니까 - 권미강 산문집 (도서출판 상상인)   책 소개  사실은 늘 보이지만 진실은 간혹, 아니 어쩌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지금의 사람살이다. 더구나 미디어가 발전하고 수많은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분명한 소신과 명확한 역사적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지혜가 있을 때 ‘진실’은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던 적폐들은 대부분 친일, 반민족 행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 잔재는 청산되지 못하고 교묘한 논리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언론도 그 책임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의 언론은 그중 가장 썩은 나무다.세상에 태풍과 해일이 존재하는 것은 지구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

추천신간도서 2024.11.11

[뉴욕코리아] 하루치의 지구 - 이정희 시집

하루치의 지구 - 이정희 시집 (상상인 시선 053)    책 소개  짧은데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시, 가벼운 느낌인데도 묵직한 깊이를 갖추고 있는 시를 보기란 그리 흔치 않은 일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정희 시집 『하루치의 지구』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인류의 보편적 행동 양식, 그것은 “이 지구상의 습관이거나/종사하는 자세”로 명명된다. “지구”를 등장시키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모든 자세의 출발이자 중심인 「건너가는 과정」은 “잘 엎드려야 비로소 앉을 수 있다”라는 화두를 던진다. 앉는 것이 안정인 동시에 성장을 대표하는 개념이라면 그 앉는 것을 위해 먼저 “잘 엎드려야” 한다고 정의한다. 서는 것이 목적이요 성취라고 한다면 그 서는 것을 위해 “또 잘 앉아야 잘 설 수 있다”고 한다. 결..

추천신간도서 2024.11.11

[뉴욕코리아] 엄마 난 잘 울어 그래서 잘 웃어 - 정선희 시집

엄마 난 잘 울어 그래서 잘 웃어 - 정선희 시집 (상상인 시선 052)    책 소개  백지 위에 자신의 마음을 기록하는 동안 시인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마음의 중심인가, 마음의 바깥인가, 아니면 그저 헤맴인가. 정선희 시인의 시를 읽으며 그의 시가 가장 정확한 자리에서 헤매고 있다고 표현해 본다. 그의 시는 서정적 원리, 즉 세계를 주관화하여 표현하는 수사학적 원칙을 따르지만, 동시에 그의 시는 서정적 배반, 즉 자신의 마음을 극복할 수 없다는 한계 인식에 기초한다.이 시집에서 도취적 자세가 예외적이라는 바를 지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시에서 반복하는 것은 단숨에 자기 욕망으로 향하지 않는 우회의 형식, 즉 머뭇거리거나 억누르는 침묵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대신 가족사에 대한 순연한 고백, 더 정확..

추천신간도서 2024.11.02

[뉴욕코리아] 이유는 묻지 않기로 했다 - 손숙영 시집

이유는 묻지 않기로 했다 - 손숙영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3)   책 소개 손숙영 시인은 가만히 정지해 있는 듯이 보이는 세계의 사물들은 기실 어떤 움직임을 묵시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에 시적 사유를 펼친다. 움직임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래서 움직임에 대한 사유는 시간에 대한 사유를 부른다. 시인은 일곱 편으로 이루어진 「함묵含默」 연작에서, ‘함묵’하는 세계의 사물들 안으로부터 시간의 흐름을 읽어낸다. 이 연작시 모두에는 ‘고네이베루’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시인이 밝혀놓은 주에 따르면, 고네이베루는 지금은 사라진 횡성의 섬강 길 잠수교라고 한다. 즉 사라진 다리를 시인은 부제로 단 것이다. 시를 통해 그 다리를 부활시키려는 시인의 의도는 무엇일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진 무엇과 현재..

추천신간도서 2024.11.02

[뉴욕코리아] 거푸집의 국적 - 황정산 시집

거푸집의 국적 - 황정산 시집 (상상인 기획시선 5)    책 소개 시인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라지거나 버려진 하찮거나 가벼운 (비)존재들을 불러와 시詩, 시집詩集이라는 형식의 “거푸집”에 다시금 소환하여 담아내고 그 형상들을 다시 살려내고 불러낸다. 시인은 잊혀진 존재들을 기억해내고, 더러는 아직 오지 않은 것들까지도 그것들을 기꺼이 ‘지금 여기’로 불러내어 살려내기와 애도하기와 도래하기를 종용하기를 동시에 시행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용적을 비우고” “사라지”고 사라져간 모든 것들이 지금에 남겨진 우리를 결국에는 살게 하고 “살아지”게 하는 존재들임을 시인은 일깨운다.시는, (비)존재들, 유령들, 비체들 망각되거나 버려지고 잊혀진 그것들을 담아내는 새로운 용기勇氣이자 용기用器가 되고,..

추천신간도서 2024.10.23

[뉴욕코리아] 러브체인의 날개들 - 김비주 시집

러브체인의 날개들 - 김비주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2)    책 소개  김비주는 ‘생기-사건’을 되찾기 위해 우리의 삶에 숨겨진 시간을 되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우리를 태어나게 하는 근거지인 “씨앗”을 상기하게 한다. 여기에서 노래되는 “씨앗”은 우리의 “시간”을 비축하고 그 비축을 통해 우리를 존재의 근거지에 가깝게 하는 그러한 언어의 “씨앗”이다. 그것은 주체를 쉬게 하고 그 쉼으로 인해 우리를 숨 쉬게 한다. 존재를 존재로 드러나게 하는 이러한 ‘생기-사건’을 김비주는 우리 앞에 도래시키며 우리를 이러한 시적 여정에 동참시킨다.김비주는 리듬을 시의 전면에 내세운다. 그 리듬을 통해 김비주는 우리에게로 회귀하고 우리로 하여금 회상을 경험하게 하는 순간으로 이끈다. 그녀가 골라 아무렇지 않게..

추천신간도서 2024.10.23

[뉴욕코리아] 결 - 박희연

결  - 박희연  (도서출판 상상인)   책 소개  『결』은 시인 7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박희연 작가의 라임 부연을 첨가하는 방식의 시선집이다. 시인 7인은 강수화, 김민자, 김완수, 박두규, 석연경, 안준철, 유홍준으로 선정(가나다순)하였으며, 시인들의 각각의 육필 원고와 본문, 이에 대한 라임 요소를 곁들인 에세이를 제시하여 ‘시 읽는(보는) 즐거움’을 독자에게 전한다.원고지, 편지지, 백지 등에 각각의 필체로 작성한 시인들의 원고는 컴퓨터 시대가 되면서 잃어버린 아날로그 감성을 십분 전달하고, 시의 매력을 시각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전남문화재단 2023년 청년예술가에 선정되어 올해로 2년차를 맞는 박희연은 “라임Rhyme이 운율을 뜻하는 만큼 리듬감과 음악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추천신간도서 2024.10.15

[뉴욕코리아] 고백의 파동 - 이혜원 비평집

고백의 파동 - 이혜원 비평집 (파란비평선 0005)    •― 신간 소개  시 비평은 시가 들려주는 고백에 성심껏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고백의 파동]은 이혜원 평론가의 비평집으로, 「고백과 공감」 「‘나’의 자각에서 ‘나들’의 발견까지―젠더 관점으로 보는 허수경과 김선우의 시」 「‘나’의 사랑의 회의에서 ‘너’의 사랑의 발견으로―김수영 시에서 서정적 주체의 확장성」 등 46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이혜원 평론가는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현대시의 욕망과 이미지] [세기말의 꿈과 문학] [현대시 깊이 읽기] [현대시와 비평의 풍경] [적막의 모험] [생명의 거미줄―현대시와 에코페미니즘] [자유를 향한 자유의 시학―김승희론] [현대시 운율과 형식..

추천신간도서 2024.10.15

[뉴욕코리아] 자리가 비었다 - 권혁재 시집

자리가 비었다 - 권혁재 시집  (시작시인선 0508)  출판사 서평 권혁재 시인의 시집 『자리가 비었다』가 시작시인선 0508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투명인간』 『안경을 흘리다』 『당신에게는 이르지 못했다』 등이 있다. 해설을 쓴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시집 『자리가 비었다』가 향하는 방향을 살피며, 시집을 가리켜 “낮고 작은 것들에 바치는 언어”라 부른다. “재첩, 탄광 노동자, 늙은 사람, 죽은 친구, 가난한 어머니, 실패한 사랑, 시골의 작은 역사驛舍, 초승달, 빈 배, 앵두, 복수초, 눈물방울”을 시의 소재로 삼아 사유와 사랑을 빚어내는 시인의 밝은 눈은 세속의 욕망에 ‘틈’ 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기꺼이 “자리가 ..

추천신간도서 2024.10.08

[뉴욕코리아]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 - 최수지 시집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 - 최수지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1)  책 소개 한 시인의 시세계가 일상적이라 규정하는 게 반드시 상찬일 수는 없다. 문학적 감각과 일상적 현실은 자주 불화하거나 동상이몽이기 마련이어서, 그 둘을 한꺼번에 끌어안으려는 시도는 예술도 생활도 아닌 엉성한 고백을 낳기 십상이라서다. 그러나 인간 삶의 근저를 이루는 세부적 일상에 문학적 복화술을 겹쳐 낯설고 감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일은 시에 삶을 실어 나르려는 정신들이 지향해 온 이상이었다. 최수지의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은 그런 지향성이 잘 적용된 시집이다.“신나게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은 일상이라는 바탕 위에 수가 놓인 시의 무늬들이 서로 모순적일 만큼 다양한 최수지 시의 특징을 함의한다. ‘신나게 달린다’는 긍정성과 ‘녹지 ..

추천신간도서 2024.10.01

[뉴욕코리아]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 황원교 시집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 황원교 시집 (상상인 시선 051)  책소개  시와 삶 사이에 매개된 일련의 운명을 연금술적 상상력으로 고양시켜 죽음을 초월한 자기 정화에 도달해가고 있다. 이를테면 시인이 전개한 일련의 시말운동은 앙리 베르그송이 『창조적 진화』에서 말한 엘랑 비탈, 즉 생의 약동을 의식화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생의 비탈에서 깨달은 자기 구원의 전언이다.비록 몸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시인은 마음의 문을 열어 세상과 적극적으로 조우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절망의 자락에서 터득한 돈오의 순간이다. 때론 실존적 생에의 형식이 직면한 한계 지평을 내밀하게 성찰하면서, 때론 대상의 실존적 가능성을 오감의 전언으로 펼쳐 보이면서, 황원교 시인은 시말의 상상적 지평을 생명의 약..

추천신간도서 2024.09.28

[뉴욕코리아] 아모르 파티 - 이정원 시집

아모르 파티 - 이정원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0)   책 소개 이 시집은 가혹한 운명의 장난에 휩쓸린 삶과 그것을 담고 있는 기억의 과잉으로 괴로웠던 삶, 그리고 수많은 죽음으로 점철된 기억으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가 시인의 자서전적 시의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처럼 팔고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삶은 극적으로 비상하여 운명애와 메멘토 모리의 인생관으로 성숙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그동안 시인을 괴롭혔던 죽음을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바꾸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었다. 즉 무수한 죽음을 넘어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당겨 체험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인식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미래의 삶을 향해 기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증법적 고양의 삶, 혹은 극적 반전과 비상의 형식은 시인..

추천신간도서 2024.09.14

[뉴욕코리아] 숲으로 가는 나무의자 - 김향숙 시집

숲으로 가는 나무의자 - 김향숙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9)  책 소개   시는 생각을 함축한 글이다. 이 말은 시 또한 언어의 결정으로서 언어의 테두리 안에서 성립한다는 사실이다. 근본 도구가 말과 글이며 언어 의식의 통로를 통해 발현된다는 점이다. 언어 자체를 도외시하고는 시 전반에 농축된 시 정신을 구명하기 어렵다. 김향숙 시인의 시 의식을 열어보는 열쇠로써 사람, 자연, 공간적 시어에 먼저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제 의식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시인은 구상에 이어서 자기 생각을 담는 데 적절하다고 보는 낱말의 선정에서부터 초안을 잡기 시작한다. 최선을 다하여 선택하는 언어 수집 행위는 의식적, 무의식적 언어 행위이자 시어의 근간을 이루는 사물(개념) 네트워크로서의 의미망 구조를..

추천신간도서 2024.09.14

[뉴욕코리아] 툰드라백조 깃털을 아세요? - 박 잎 수필집

툰드라백조 깃털을 아세요? - 박 잎 수필집 (도서출판 상상인)    책 소개 살아있는 모든 순간순간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필을 통해 작은 생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새기고 있다. 『툰드라백조 깃털을 아세요?』라는 작품 속에서 다채로운 여행의 순간을 기록한다. 때론감동적인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 멸치를 다듬고 제라늄에 물을 주는 소박한 일상, 봉평장날 깻잎순을 팔러 나온 할머니와의 애틋한 만남, 나아가 역사적 절규와 생명력 가득한 광부의 삶을 통한타자와 자아의 연대적 서사를 다룬다. 소소하고, 예술적이고, 감동적인 만남의 순간들을 함께 하며, 독자들의 생에 한 줄기 따스한 빛이요 위로가 될 것이다.  조금씩 세파에 부딪히는 나를 느낄 때마다 스케치북에 꽃과 소녀를 그리고, 마음이 거칠어지려 할..

추천신간도서 2024.09.12

[뉴욕코리아] 서천 가는 길 - 박광배 시집

서천 가는 길 - 박광배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8)  책 소개 고향은 잃게 마련이고 그리움은 더욱 사무치는 것이지만 근대시의 역사에서 정지용이 언급한 이래로 고향 상실의 모티브는 확대 재생산되다가 급기야는 상투화되었지만 고향에 대한 상념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가진 숙명인 불완전함, 결핍, 미성숙,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고 혹은 도무지 모르겠는 자기 존재와 존재의 정당성을 납득치 못하는 답답함에서 발로한 소이연所以然이 아니었을까? 귀신과 도깨비, 조상님들과 우주인의 존재는 과거로부터 현신現身한 미완未完의 사자使者로서, 불안한 삶을 사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교신을 보내온다. 하지만 누구나 다 거기에 응답하는 것은 아닌 것이, 홀려 살거나 들떠 살거나 정신없이 사는 사람들이 ..

추천신간도서 2024.09.04

[뉴욕코리아] 술의 둠스데이 - 문정영 시집 (달을 쏘다)

술의 둠스데이 - 문정영 시집 (달을 쏘다)   술의 둠스데이문정영 지음118*192|124쪽|12,000원|2024년 08월 30일 펴냄ISBN 979-11-92379-14-2 (03810) 종이책ISBN 979-11-92379-15-9 (05810) 전자책  [추천글] 문정영의 시는 삶의 찰나를 응시하며 쓴 서정적 이야기다. 혼잣말이다. 따뜻한 물음이고 뼈 아픈 실언이다. 그는 기억이나 감정을 날실과 올실 삼아 삶의 비밀을 직조한다. 어디에도 거짓과 허장성세가 없다. 올곧고 정직하다. 「저어, 저어새」 「탄소발자국」 같은 시는 깊은 관조의 시선이 도드라진다. 시집에는 이런 매혹적인수작들이 풀숲에 머리를 처박은 꿩같이 숨어 있어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 장석주(시인·계간 『시산맥』 주간) 시집 『술의..

추천신간도서 2024.09.04

[뉴욕코리아] 이 봄을 달래달래 - 하미정 시조집

이 봄을 달래달래 - 하미정 시조집 (상상인 시선 050)    책 소개 하미정 시인의 첫 시조집 『이 봄을 달래달래』는 봄의 전령사인 초록 식물 ‘달래’에서 파생된 “달래달래”의 의태어가 재치 있게 구사된 바와 같이, 선명하고 경쾌한 시어와 시적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시인이 발견하고 중층적으로 묘사한 사물의 이색적인 표현들은 시조의 특징인 3,4 음보 운율을 통해 더욱 생동감 있게 빛나고 있어서 특히 주목된다. 아마도 시조가 지닌 형식을 단지 언어적 제약으로 여기지 않고, 이러한 시조의 형식이야말로 ‘명랑한’ 기분을 유인誘引하는 리듬감을 부여한다는 점을 시인은 잘 알고 이를 의미 있게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미정 시인은 (특별히) 단시조의 멋과 맛을 잘 살려, 간결하면서도 선명하고, 사물의 ..

추천신간도서 2024.08.29

[뉴욕코리아]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 - 함동수 시집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 - 함동수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7)  책 소개 그는 삶 이전에 존재했던 세계를 통해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죽음 이후를 사유하고자 한다. 시인은 죽음이 끝이 아님을, 그곳에 우리 삶의 근원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에게 삶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죽음이 삶의 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함동수 시집 『오늘 밤은 두근거리는 통증처럼』은 죽음을 응시함으로써 삶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려는 의지이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처음 자리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바람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함동수 시인의 시적 지향은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비롯된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

추천신간도서 2024.08.17

[뉴욕코리아] 창문은 열어두겠습니다 - 오영효 디카시집

창문은 열어두겠습니다 - 오영효 디카시집  (도서출판 상상인) 책 소개   오영효 시인의 디카시집은 디카시로서는 처녀 작품집이다. 그런 만큼 시인의 디카시는 내용과 기법 면에서 여러 분야로 관심을 열고 자신만의 디카시 미학을 모색하는 그 시작점에 있다고 하겠다. 작품 전체에 걸쳐 매우 명상적이며 압축된 언술은 나름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침묵을 지향한다고 하는 하이쿠처럼 짧게 압축된 언술은 그 명상적 여운이 매우 길다. 독자에게 상상과 해석의 다양한 여지를 준다는 의미다. 비교적 단순한 이미지로 집중된 사유가 간결하게 제시되면서 작품에서 쉽게 눈을 떼서 옮기게 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단순한 이미지, 매우 간결하게 압축된 언술, 그럼으로써 생기는 집중적이고 긴 여운은 오영..

추천신간도서 2024.08.17

[뉴욕코리아] 어떤 날은 말이 떠났다 - 윤옥란 시집

어떤 날은 말이 떠났다 - 윤옥란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6)  책 소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어떤 빛, 어떤 소리가 날까. 윤옥란 시인은 이 경계에 처한 사람들을 수없이 관찰하면서 그의 철학과 문학을 일으키고 있다. 백 년 안팎의 생애 가운데 어쩌면 가장 절실한 오뇌의 순간을 지켜보면서 시인은 그 현장에서 떠돌고 있는 영기靈氣를 낚아 올리거나 포획하여 그 나름의 언어의 집을 짓고 있다.그 집 속에는 인간의 아름다움은 물론 욕망 회한 사랑 등 온갖 형이상적 요소들이 가득 들어 있다. 또한 질료들을 고르고 조탁하여 빛나는 조옥 편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뜨겁게 마주치는 생의 경험들을 그냥 흘러가 버리게 놓아두지 않고 ‘시’라고 하는 창조적 경험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_추천사(문효치 _시인,,미네르바 대..

추천신간도서 2024.07.30

[ 뉴욕코리아] 얼룩진 유전자 - 나정욱 시집

얼룩진 유전자 - 나정욱 시집 (상상인 시선 048)  책 소개   나정욱의 정제된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이끌어낸다. 그러면서도 극심한 경쟁 사회에서 삶이 곧 죽음 상태와 다름없다는 식의 우울에 침윤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밝은 색상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지금 여기 삶의 문제에 천착하면서도 그것을 지레 비극화하지 않음으로써 ‘삶’은 비극이라는 단정을 피하고자 한다. 시인은 아폴론적 밝음과 만유의 생명성을 구가하고, 사변 철학을 인간의 실존과 현실에 비추어 사유의 치밀함을 녹여내며, 인간이 가장 바라는 아름다움의 가치들을 영원히 말하고자 하는 포부를 이 시집에 담아낸다. _해설(김효숙 문학평론가) 중에서  시인의 말  생각에서 시작하여 생각으로 끝난다.삶도 죽음도 생각의 범주 내다.우주의 시작과..

추천신간도서 2024.07.30

[뉴욕코리아]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 공화순 시조집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 공화순 시조집 (상상인 시선 049)   책 소개  자연은 질서와 조화의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정서를 전달하는 객관적 상관물이며 개인의 정서를 통해 재구성된 주관화된 사물이다.공화순 시인의 시조가 개인의 서정에만 치우쳐 있다면 서정적 자유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조의 더 중요한 특징은 한 개인의 정서가 개별자로서의 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상상력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소재의 확산과 개성적인 상상력 그리고 시 형식의 변화 등이 그의 시조가 이루어 낸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 아닌가 한다. 전통으로 물려받은 우리 언어의 아름다움으로 현대적인 감성을 노래할 수 있는 그래서 살아 있는 문학 양식으로서의 현대시조가 가능함을 공화순의 이번 시조집을 통해 확..

추천신간도서 2024.07.30

[뉴욕코리아] 물을 돌리다-시목문학회 (파란)

물을 돌리다-시목문학회구광렬 박산하 임성화 최영화 김도은 박순례 박장희 윤유점 김숲 김뱅상 이선락 황지형 박정민 성자현 양문희 김병권 이희승(파란)   신간 소개      구광렬 시집 [슬프다 할 뻔했다], 스페인어 시집 [La tierra más alta que el cielo(하늘보다 높은 땅)], 소설 [반구대], 스페인어 소설 [Sr. Mum(세뇨르 뭄)], 산문집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등 문학 저서 40여 권을 썼다. 시집 [Caminar sobre la cuerda tirante(팽팽한 줄 위를 걷기)]로 AlpasXXI 라틴시인상 International 부문 수상, 시집 [El espejo vacío(텅 빈 거울)]로 멕시코 문협 특별상을 수상했다.    김도은 2015년 웹진 [시..

추천신간도서 2024.07.30

[뉴욕코리아] 응축된 슬픔이 달다 - 김진수 시집

응축된 슬픔이 달다 - 김진수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5)    책 소개  김진수 시인의 시집 『응축된 슬픔이 달다』는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는 현상의 이면과 존재의 얼굴을 재발견하고 독자적인 세계를 투시해 이뤄낸 미학적 건축물이라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물과 그것들이 겯고튼 사건의 특유한 결속물을 오래 지켜온 시인에게 이 카이로스는 오래 응시한 자가 직면하고 직관하게 될 가시와 비가시, 존재와 타자, 형이상학과 무한자의 끊임없는 결합과 분리의 상호적 길항의 연속이다. 그리고 만남의 축복-존재의 타자로서의 죽음-무한에로의 초월은 그 자체로 ‘아포리아’의 풍경들로 자리매김한다. 존재자로서의 시인과 타자로서의 세계와 삶이라는 시의 지평地坪은 극단의 난제이며 동시에 ‘슬픔’의 근원이며, 다시 귀환하는 원동력..

추천신간도서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