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고둥 좌표 - 김시림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9) 출판사 서평 김시림의 시집 『나팔고둥 좌표』는 작고 가녀린 것들에 손을 내민다. 시인은 따뜻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또한 섬세한 감각의 언어로 이들을 관찰하고 또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이 시집은 병원, 호수, 산사, 무너진 집, 수몰된 마을 같은 공간들을 무대로 삼아, 삶과 죽음, 기억과 소멸, 자연과 인간이라는 무거운 주제들을 절제된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이 절제는 냉정한 관조가 아니라, 오히려 애틋한 애도와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 미학이다. 표제작 「나팔고둥 좌표」는 병원 로비의 수족관과 병실의 인간 존재를 겹쳐놓으며, 고요하고 투명한 시선으로 죽음을 앞둔 존재의 여정을 그린다. 병상에 누운 이는 더 이상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