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모일까요 - 정영주 시집 (상상인 시선 055)
책소개
정영주의 시들은 자연친화적이다. 거의 대부분의 시들이 자연을 소재로 하거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의 시들은 인간과 자연, 문명과 생명 사이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며, 현대 사회의 환경적, 존재론적 위기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진지한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을 통해 현대 문명 속에서 소외되고 축소되어 납작해진 우리 삶의 두께를 자연을 통해 치유하여 복원하고자 한다. 하지만 상처받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 속에서 그것을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인은 그 자연의 생명력으로 들어가는 암호를 제공해 준다.
그의 시들은 이 납작해진 우리의 삶에 생명을 부여하여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안간힘이다. 사람들이 삶의 공간에서 밀어내거나 잊어버린 자연물들을 떠올리고 그것에 깃든 정령들을 다시 불러낸다. 그리하여 무엇이 우리 삶에 진정 소중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_해설(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 중에서
시인의 말
한곳에 발을 묶어 논 뿌리의 언어들!
산이 나를 쓰고
나를 읽어주는 일들을
열심히 지켜볼 참입니다
또 그대라는 산이
이따금 나를 읽어주겠지요
금당산에 몸 부리다 정영주
시집 속의 시 두 편
누가 저 사유를 내다 버린 걸까
허옇게 뒤집어쓴 눈으로
강가에 홀로 앉아있는 나무 의자
누가 쓸쓸한 저 사유를 내다 버린 걸까
차고 냉랭한 의자도 한 번쯤은
누군가의 안식이었을 터,
마치 혹한을 견디는 것이 사유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직은 성성한 네 다리가 의연하다
의자의 전언이 강을 건너 내게로 온다
몇 번이고 나는 그 의자에게로 걸어가고 싶었다
식은 햇빛 한 장 걸친 의자의 눈을 털고
오랫동안 시 한 수 적지 못한 냉기의 몸을
부려놓고 싶었다
핸드폰을 열고 먼저 그를 담는다
고독한 사유 한 컷!
제 몸에 눈을 받아 앉혀놓고 강물을 베끼는
의자의 시위 곁으로 나는 천천히 몸을 돌린다
유령사회
산으로 오르는 나뭇잎마다 세상의 이력이 묻어있다
무수한 손가락 지문이 남긴 문서들
쌓인 서적으로 이력을 올리는 학문도 낙관을 잃어가고
가지마다 값없이 걸려 있는 담론들만 싱싱하게 죽어간다
귀에 걸고 다니는 정보가 생체리듬이 되고
몸속에 삽입된 바코드가 세상을 끌고 다니는 유령사회
어떤 메시지도 신통치 않은 오직 이식된 속도로만
자신을 팔고 사는 몸이 황금인 세상
푸른 대지와 산과 바다와 사막도 오염된 속도로 쓰나미가 되고
과장된 노래와 춤이 광채가 되는 땅에
지식과 지혜는 다만 사전에 박힌 기호일 뿐,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자연과
똑같은 욕망이 똑같은 창조의 이름으로 들썩인다
책장을 넘어 세상으로 넘치는 문자의 불온을 모르는 척할까
나와 너는 없고 우리와 세상은 없고
세계와 우주는 없고 오호라! 오호라!
차례
1부 아가야, 나는 네 숲이고
햇빛 좋은 네 마당이란다
잠글 수 없는 쓸쓸함 19
단단한 지붕 20
종아리의 바다 22
금목서金木犀 –어머니를 보내며 24
달에서 모일까요 -지구의 숲 26
즐거운 죄 28
산이 나를 읽는다 30
괭이갈매기였다가, 눈먼 새였다가 32
녹슨 암호 34
명랑한 손바닥 꽃 -수화 36
들꽃이 취한 밤 37
환한 환부 38
동백나무 얼굴이 없다 40
새들이 오지 않는다 42
어지럽도록 시적이다 43
2부 나무의 얼굴에 온 우주가
새겨져 있다
누가 저 사유를 내다 버린 걸까 47
지구도 곧 휴업이라네요 48
미래는 설정 불가 -지구를 견디는 일 50
수평선에 나무를 심으면 52
유령사회 53
23.5도, 지구와 닮은 꼴 54
느티나무 일가 56
수런거리고 혼란하고 57
어여 일어나, 어린 새 58
백 년의 몽니 -흙집의 내력 60
보름달 빛에 잡혀 62
줄풀들, 울음과 섞이다 64
겨울 모항 66
우리는 괜찮은가 68
무거울수록 가벼워지는 산 70
3부 모두 일순간 꽃이 된다
늙은 은행나무의 방 75
폐쇄병동 -길 잃은 별들을 줍는 의사 76
소양강 콧구멍 다리 78
천년의 그늘 80
사라지는 것에 열광하는 82
흰불의 능선들 -한계령 83
사막은 전부가 배반이야 -네게브 사막 84
찔레꽃, 그 눈부신 그늘 86
들꽃이 흐른다 88
측백나무 그늘을 끌고 89
겨울 배롱나무 90
거대한 부싯돌 92
추락하는 날개들 94
간혹 그런 일이 있다 -무등산 96
4부 태양이 아무도 돌보지
못할 때가 온다는군요
빈집, 꽃들의 예의 101
산에 살겠다 하니까 102
잡초 사냥 104
파라다이스는 없다 -흰긴수염고래 106
황당한 상상력? -거대한 변명 108
미시령, 그 투명한 속살 109
우연히 들어서는 길은 없다 110
중심을 치는 일 112
혹등고래 114
오늘이라는 씨앗 116
숲은 늘 미궁이다 118
보르마초 정원 120
아우라지 풍경 122
비닐 바다, 그 검은 지느러미 124
거대한 선물 126
해설 _납작해진 세상 생명의 언어로 일으키다 129
황정산(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정영주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버지의 도시』 『말향고래』 『달에서 지구를 보듯』
『바당봉봉』『통로는 내일모레야』 『달에서 모일까요』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박사 졸업
단국대, 강원대, 조선대, 광주대, 초당대(전 시간강사 : 인문학과 시학)
mukho2@ hanmail.net
달에서 모일까요
정영주 시집
상상인 시선 055 | 2025년 1월 3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48쪽
ISBN 979-11-93093-80-1(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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