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독해법 - 권정희 시조집 (상상인 시인선 066)
책 소개
이 시조집은 특이하게도 사계절을 노래하고 있다. 하늘 아래 펼쳐져 있는 전통적 서정의 배경이 되는 삼라만상의 모습을 이렇게 유심히 관찰하여 표현하다니, 감탄하면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상이변이 와서 흔히 봄하고 가을은 너무 짧고 여름과 겨울은 너무 길다고 하지만 시인이 어렸을 때는 사계절이 뚜렷했을 것이다. 그 계절의 변화와 각 계절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낱낱이 살펴보고 상실감과 방황과 고뇌, 슬픔을 단시조와 연시조에 담아 노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조집 『사과나무 독해법』은 아주 드문 생태환경을 노래한 시조집이다. 또한 자연과 인간이 형상화되어 서정적 자아의 주관화된 내면과 공존하는 시조집이기도 하다.
“아무도 읽지 않는/비탈길에 사과나무” 사과나무가 왜 하필이면 비탈길에 서 있는 것인가. 그 자세가 다소 위태로워서 시인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나무나 인간이나 뭇 생명이나 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얘기하고 있다. 생명체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은 세상과 결별하고 만다. 불로초라는 식물은 애당초 없었다. 시인은 늙은 사과나무처럼 “아직도 못다 쏟은 붉디붉은 문장들”을 “공空으로 이르는 길, 없어도 있는 길”에서 “깊어진 눈빛만으로 훠이훠이 가고 있다”고 한다. 비탈길에 서 있는 사과나무가 사과를 가지 끝에서 익어가게 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문학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이 시조 한 편을 수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저절로 피어나는 꽃은 없고 저절로 열리는 과실 또한 없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_해설(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 중에서
추천 글
이지적인 미학과 다정한 선문답의 입체 서정
오묘하게 획득된 예지와 감각 문체를 편직하여 권정희는 『사과나무 독해법』으로 시조의 멋을 증강한다. 대자연 야생 활기와 연대기적인 철학을 현대인들 삶에 다정히 잇는 탄성 어법이다. 서정을 응축시키면서 안정과 비약을 넘나드는 섬밀한 서술의 텍스트성이 유려하다. 곁들인 것은 정형 미학을 탄력적으로 구현하는 남다른 형식 율감이다. 계절마다 깃든 신비와 감응하며 실존의 애틋함을 포옹함으로써 번뇌를 다스리는 우아한 결기가 있다. 풍경은 스스로 이미 위대한 문학이기에 그로부터 완벽 필력에 닿는다. 그 문장으로 밝은 별을 켜는 듯한 설법의 우주 속에서, 권정희는 연인이듯 또 구원처럼 기예롭게 환하다. _한분순(시인·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시인의 말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그러나 아무것도 내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몸을 떠난 수많은 질문들
겨우 말 하나를 바깥에 두고
눈 위에 언어의 함성으로 발자국을 찍는다
결코 슬픔이 아닌
2025년 1월
권정희
시조집 속의 시조 두 편
비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수직으로 내리꽂는 허공의 목숨들이
함석지붕 위에서 야단법석 중이다
이제는 나의 시간이라고 불도장을 찍는다
후드득 후드득
내달리는 저 비에
감잎이 내려앉고 수국꽃도 누웠다
까맣게 잊지 말라고 새도록
그래도
비
사려니 숲에 들면
삼나무 즐비한 사려니 숲에 들면
결빙된 시간들이 팽팽하게 풀려나와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숲의 소리 듣는다
금이 간 뼈마디들 날 세우는 울음소리
쇳물처럼 솟구치는 무한한 슬픔들이
광야의 말발굽처럼 달려오는 소리, 소리
빈 바람의 무게로 돌아서 나오는 길
아직 다 읽지 못한 숲의 소리 아득한데
온 숲이 뒤척일 때마다
발걸음을 늦추는 나
차례
1부 괜찮아 봄이잖아
발화 19
배꽃 나빌레라 20
우화루에서 21
청벚꽃 나무 아래서 22
늙은 사과나무 독해법 23
붉은 오월 24
민들레 홀씨는 돌아보지 않는다 25
그녀의 집 26
얼레지꽃 3 27
얼레지꽃 4 28
안부 2 29
빈집 30
바위취꽃 31
어떤 날 5 32
어떤 날 6 33
사월 34
개 같은 날의 오후 35
어느 석공의 봄 36
2부 비와 여름의 시간
비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39
배롱나무 편지 40
영양 서석지에서 41
소정방폭포 42
사려니 숲에 들면 43
사랑은 장맛비처럼 44
바위취꽃 2 45
그럼에도 불구하고 46
배롱나무 아래서 47
그해 여름 48
여우비 49
여름 장마 50
엉겅퀴 별리 51
섬댕강나무 52
이별이라 하기에는 53
회화나무 노거수 54
화성 용연에서 55
3부 오래된 슬픔이 가을 아래서
담쟁이 2 59
목불들의 묵언수행 60
여름의 기억은 갇혀 있었다 61
흔적 62
별난 풀이름들 63
누린내풀꽃 2 64
하얀 바다를 건너다 65
어떤 날 66
어떤 날 2 67
그믐달 68
해녀, 금자 69
울산 아지매 70
미르, 별을 빚다 71
타지마할 72
남편 73
할미와 고봉밥 74
몽유도원도여! 75
4부 눈물의 뼛조각 같은 별들의 겨울
소라의 성 79
천수만의 군무 80
별들의 집 81
건조주의보 82
수리취의 겨울나기 83
어떤 후회 84
제한속도 위반 85
어떤 날 3 86
어떤 날 4 87
아, 또 88
아래층 여자 89
밤바다에서 90
바람의 지문 91
감 그리고 새 92
부도탑을 지나며 93
황금보검 94
겨울, 성산에서 95
해설 _ 사계절을 관통한 바람의 울림으로 노래하다 97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추천글 _ 한분순(시조 시인·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저자 약력
권정희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제9회 3·1절 만해백일장 대상(1988년)
광진문학상 시조 대상(2014년)
『시와소금』 신인상 당선(2015년)
시집 『별은 눈물로 뜬다』(2016년)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2016년)
한국예총 광진지부 예술인상 수상(2019년)
시집 『배롱나무 편지』(2022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2023년)
시조집 『사과나무 독해법』(2025년)
asim3400@daum.net
사과나무 독해법
권정희 시조집
상상인 시인선 066 | 2025년 1월 13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20쪽
ISBN 979-11-93093-82-5(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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