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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가을날
송상욱
중력이 해체되는 가을이다
머리 끝에서 숨소리가 헛돈다
하늘엔 빈 액자만 걸려 있다
비밀스런 뱀의 색깔보다 차가운
초상화 같은 뒷 그림자들이 허공을 채우는
가을날은
마네킹의 꿈 속에 흰 새가 산다는
그 집
지붕 위에서 허공의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헛소리인 듯 지는 낙엽의 색깔이
잊혀진 여인의 색깔 같아
버려진 시간을 줍는 일 보다는
남루한 그늘이 서럽게
떠나온 날들을 다시 비우는
저, 나무아래 죽음을 읽는 소리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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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이다. 자연의 초목이 다녀가기를 번복하면서 생이 열렸다가 쇄하는 가을은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우는 계절! 순리에 따라 놓아버릴수 밖에 없는 계절! 이 가을날의 깊이가 뼈시리다. 그저 쓸쓸한 가을보다 더 깊고 아리다. 시인은 독특한 점묘화로 우리에게 해체되는 가을의 안채를 열어 보여준다. 그것은 머리끝에서 헛도는 숨소리, 하늘에 빈 액자, 차가운 뒷 그림자들로, 가을의 쓸쓸함의 최고 정점을 이룬다. 마치 폐가와 같은, 지붕위의 허공의 뼈 부서지는 소리까지도 꿰뚫어 가을날 해체되는 정황을 꿰뚫어 낱낱이 묘파한다. 미화된 가을은 어디에도 없다. 가을의 저 깊은 속곳은 이렇게 서럽게 해체되어 모두를 비운다. 자 똑바로 보라. 이것이 가을의 실체다! 라고 시인은 일러준다. 마침내 저 가을 한 장!
송상욱 시인은 고흥 출생. 1975년 시집 [망각의 바람]으로 작품 활동 시작. 그 밖의 시집으로 [영혼속의 새] [승천하는 죄] [하늘 뒤의 사람들] [무무놀량] [백지의 늪] [광대]등이 있으며 현재 1인시지 (송상욱 시지) 발행인이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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