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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SF- 교감
박제천
금강초롱 꽃잎 속 황금 꽃술로 발돋음하는 너를 본다
기치료를 받고 와서, 태어나 처음으로 들여다보는 배꼽
금강초롱 꽃잎 속 배꼽에서 배꼽으로 퍼져나가는
우주의 파동을 느낀다
꽃잎 가득, 배꽃 가득,
눈부신 햇살도 눈시린 눈발도 모두 받아들여
황금꽃술로 발돋음하는 너를 본다
단전에 가득 불을 피워 덥히는 내 삶도
어머니의, 그 어머니의 해소 기침도
예서 물려받았단다
꽃잎 속에 손을 넣으면
문득 외계의 하늘이 서른세 하늘로 층층이 쌓이고
그 어느 하늘에 금강초롱으로 피어나는
어머니의 배꼽 있으니
나 있는 여기서도 개벽의 꽃 속으로 들어가는 길 보이느니,
그곳에서 내 배꼽을 꼭꼭 누르는 손길을 느끼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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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만큼 확실한 증표는 없다. 사람이 달고 나온 증명서 배꼽! 누구나 이 세상 입문때 각인된 그 배꼽, 황금꽃술로 새겨진 배꼽에서 어머니와의 질긴 끈. 그 배꼽을 누르는 저쪽끝 무한의 손길을 느끼는 시인의 통찰의 깊이가 끝이 없다. 오늘 결코 이 지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고 위무해주는 배꼽! 이 시로 인하여 오늘 하루가 저절로 푸근해지고 고단한 삶에 저절로 온기가 한껏 번져 따듯해진다.
박제천 시인은 1945년 서울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66년 「현대문학」지에 벽시계에게 가 추천되며 등단 「률(律)」 「심법」 「장자시」 「너의 이름 나의 시」 「노자시편」 「어둠보다 멀리」 「다른 즈문 가람에」 「푸른 별의 열두가지 지옥에서」 「나무 사리」 「SF-교감」 등 10권의 시집등 다수가 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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