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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달려라 누!
권애숙
피 묻은 태반을 덮어쓰고 땅바닥에 뚝 떨어진
누는 젖은 네다리를 겨우 일으켜
벌벌벌벌 걷는다
금방 화면 밖으로 내달린다
그래야만 한다, 어떤 역사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건
흘러간 유행가다
붉은 눈알을 굴리는 치타와
멀리서 어둑해지기를 기다리는 하이에나
사방의 허기진 입들이 어린 누를 빠르게 키운다
먹는 일도 죽는 일도 달리고 달리는 일
푸른 초원의 푸른 풀들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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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태어났다. 때로 여기 이곳은 그리 올 곳이 못되는 전쟁터! 치열한 경쟁과 죽느냐 죽이느냐의 이전투구만이 도사린 이곳에서 저 어린 누는 어떻게 살아남게 될 것인가. 살아갈 것인가. 이 시를 따라가보면 가슴이 두 방망이질 친다.
'피 묻은 태반을 덮어쓰고' 이곳에 온 생명! 태어나고 죽는 것의 기본 틀은 변경불가한 것이어서, 우리가 생사의 원본 루트를 논할수 없으나, 삶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은 법, 비록 누군가는 생명의 경이를 이야기하고 삶의 위대함을 찬탄해 마지 않지만, 어쩔 수없이 긍정 합리화 시킬수 밖에 없는 숙명적 존재!, 시인의 따스한 눈 속에서 달려가는 가여운 누는 이제 막 어떤 삶의 정보도 없이 첫 등판에 나섰으며, 그가 가진 것은 오직 순진무구함 그것 밖에 없다!. 그 애잔하게 스며드는 비애감으로 동병상련의 아픔이 짜르르 전해지고야 만다.
먹이감을 먹는 자와, 먹히는 자, 누는 굳세게 살아야 한다. 달려야 한다. 최종 출구로 퇴장명령이 떨어질때까지 자나깨나 숨 고를 틈도 없이 달려라 누야!
사람사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 부디 끝까지 잘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 삶의 전쟁터에서 지치지 말고 누야! 우리 역사가 그러했고 또 우리가 그러하듯. 푸른 초원을 뇌릿속에 그리며 무사히 경주하길! 저절로 숙연히 기도하게된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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