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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자전거 바퀴 -양수덕 시집

뉴욕코리아 2023. 8. 22. 00:30

자전거 바퀴 -양수덕 시집 (상상인 시선 038) 

 

추천 글

 

 

상실한 대상에 대한 쓰기는 언어로써 매 순간 지금, 여기서, 부재하는 대상에게로 뻗어가는 행위이다자전거 바퀴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시인의 가족사를 되짚어보거나,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의 장면들을 계속해서 되감으며 그날의 이야기를 복기復棋하는 데 충실하다. 시인은 유년과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함으로써 부재하는 어머니와 소통하려 하거나, 못다 한 어머니의 고백을 대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말 그대로 양수덕 시에서의 회상은 부재의 대상을 현존재로 다시 만나는 과정이자, ‘어머니와 나의 유대를 견고히 확인하는 수단이다. 시인은 이 모든 작업을 통해 기억이란 망각의 잔여물에 불과함을 거부한다. 부재와 상실을 담보하는 기억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양수덕의 시에서 내면에 뿌리내린 기억은 오늘이라는 일상의 바퀴를 굴리는 황홀한 힘이기도 한 것이다.

_ 신상조((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한 사람이 가고

남은 한 사람 저녁의 휜 가지에 걸려 있다.

 

피보다 진한 영혼으로 맺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어서

달빛 충만하다.

둘의 영혼이 자전거의 바퀴라면……

 

벗은 영혼에게 옷을 입혀주려니

시가 부스럭거렸다.

 

덩달아

지난날의 덜 떨어진 한 사람 숨을 곳이 없다.

 

 

2023년 또다시 초록 잎 거저먹는 날에

양수덕

 

 

 

시집 속의 시 세 편

 

대나무는 어떻게 사나

 

 

거센 비바람이 두 쪽 열 쪽을 내도 꺾이지 않았다

마디마디 꼬장꼬장하다

 

몰아친 비바람 흔적 위에

또 철없는 바람이 한 수 아래 지문을 찍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빈방이 가슴에서 생겨난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지는 물결에 쓸려

음악의 표정을 이은 그리움 빈속을 울린다

 

보이는 것은 다

만져지는 것은 다

자신 아닌 헛것

 

별빛으로 속을 채우면 하루치 숙제가 끝나는 거야

가만히 귀 대면 그런 엄마의 혼잣말이 쓸려 나온다

 

태생의 하늘 올려다보며

틈새도 구부러질 수 없는 엄마

 

 

자장가를 쓰다듬다

 

 

보드라운 깃털로 싸인 밤에 안기면 숨소리조차 시끄러워 거친 숨 내려놓고 생각을 거두고 오직 잠으로 가는 여행에는 아픔이 없어 두려움이 없어 걸림이 없어 지저분한 내장 다 골라 버리면 잠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살을 얻지 목화솜 타고 오는 잠 자장 자장 자장……

 

살에서 삐져나온 뼈처럼 다른 밤으로 갈아타는 엄마 보드라운 깃털들 빠져 빨간 맨살 드러내며 엄마에게 이주 신고를 마친 밤 기침과 가래가 밤의 속삭임은 아니야 뒤척이는 잠이 밤의 묘약이 아니야 가면을 벗어 벗어봐 보드라운 깃털로 싸인 밤 자장 자장 자장……

 

 

맨드라미를 알기까지

 

 

엄마의 바코드를 읽어줄 사람이 없었어요

 

젊은 엄마가 목 부스럼 위에다 보라색 물약을 칠했어요

발라도 낫지 않는 엉터리였지요

 

그 물약 오래 덧칠하다가 바랜 자줏빛 엄마가 피어났어요

아주 까슬까슬한 그늘이었어요

 

빗줄기들이 슬픈 눈매로 때 가리지 않고 건너오고

 

어느 날 오글오글한 알들이 슬었어요

어찌 그리 용하게 알짜 토종인 여인을 찾아왔는지

이듬해 꽃을 흉내 내며 달려들었어요

다음 생까지 따라가려 틈을 보았지요

 

빗줄기들로 엄마의 바코드가 완성되었어요

누구와도 젖을 수 없는 비망록이었어요

 

엄마는 오래 견디며 시들어가다가 어느 때부터

맨드라미의 반달 눈웃음만 보여주기로 했어요

 

어느덧 다 해진 엄마가 허공에 들자

바코드가 까만 빗줄기들을 떼어내기 시작했어요

 

 

목차

 

 

1

 

대나무는 어떻게 사나

유품 1

유품 2

유품 3

유품 4

유품 5

유품 6

유품 7

유품 8

유품 9

유품 10

유품 11

유품 12

애창곡 1

애창곡 2

 

 

2

 

푹푹, 겨울잠

너무해 물귀신

여름

간식 시간

젊은 날의 초상화

겨울 사랑

행복이 가득한 집

나무꾼과 선녀

바람의 탄생

맨드라미를 알기까지

목련 방

달빛

한가한 날

생일 선물

 

 

3

 

정원의 인상

, 멀어서, 멀리

헤픈 노랑

가지는 시시껄렁해서

지난 한때의 어떤 살생

투명한 무늬

겨울 배추밭

우기

바다에 홀리다

거리 두기

빛나는 그늘

꽃밭이 섭섭해

날개는 진화한다

아침에만 백작 부인

자장가를 쓰다듬다

 

 

4

 

전원생활

우주인 소식

약손

, 피해가다

내가 본 점묘는 은빛이었네

오두막 편지

한복은 어디에서 왔나

유니콘

상상을 부추기다

꽃의 마침표

달콤한 마지막

마지막 옷

껍데기

엄마가 왔다

공짜는 닳고 닳아

물구나무선 풍경

 

 

해설 _ 기억의 황홀한 복기復棋

신상조(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양수덕

 

 

2009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신발 신은 물고기 가벼운 집』 유리 동물원

, 블랙박스』 엄마 』 왜 빨간 사과를 버렸을까요자전거 바퀴

산문집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 동화 동물원 이야기

소설집 그림쟁이 ㅂㅎ』 눈 숲으로의 초대

 

gchisong7@hanmail.net

 


 

 

 

자전거 바퀴

양수덕 시집

 

상상인 시선 038 | 2023 8 17 | 정가 10,000

규격 | 128*205 | 130 | ISBN 979-11-93093-09-2(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 29, 904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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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 -양수덕 시집 작성자: LA코리아 조회: 84 등록일: 2023-08-21   자전거 바퀴 -양수덕 시집 (상상인 시선 038)  . 추천 글   상실한 대상에 대한 쓰기는 언어로써 매 순간 지금 ,  여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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