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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 - 최수지 시집

뉴욕코리아 2024. 10. 1. 07:18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 - 최수지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1)

 

 

책 소개

 

한 시인의 시세계가 일상적이라 규정하는 게 반드시 상찬일 수는 없다. 문학적 감각과 일상적 현실은 자주 불화하거나 동상이몽이기 마련이어서, 그 둘을 한꺼번에 끌어안으려는 시도는 예술도 생활도 아닌 엉성한 고백을 낳기 십상이라서다. 그러나 인간 삶의 근저를 이루는 세부적 일상에 문학적 복화술을 겹쳐 낯설고 감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일은 시에 삶을 실어 나르려는 정신들이 지향해 온 이상이었다. 최수지의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은 그런 지향성이 잘 적용된 시집이다.

“신나게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은 일상이라는 바탕 위에 수가 놓인 시의 무늬들이 서로 모순적일 만큼 다양한 최수지 시의 특징을 함의한다. ‘신나게 달린다’는 긍정성과 ‘녹지 않는 설국’이란 부정성의 어울림처럼, 그의 시는 “어른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이중적으로 발화한다. 아이의 목소리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노래한다. 그 목소리는 다양한 음성상징어와 거두절미의 어법을 통해 설국이라는 일상을 유쾌하게 미끄러진다. 반면 “길고 긴 여정의/흐린 날들을 잊지 않으려”(「오늘도 달린다」)는 어른의 목소리에는 인정과 유머가, 사랑과 추억이, 반성과 성찰이, 병과 죽음의 그림자가 버무려진 허무와 다짐이 동거한다. 명랑한 우울의 모순으로 그의 시는 천진하고 성숙하다. 그 ‘어른아이’가 영원하기를 빈다. _ 해설 (신상조 문학평론가) 중에서

 

 

시집 속의 시 두 편

 

감마나이프

 

꽃 지기를 이렇게 간절히

 

어둠 속에서 자라는 꽃 더는 풍성해지지 말라며 웃는 꽃에 엄포 놓기 그럴수록 실하게 급속으로 자라는

 

차라리 내가 죽더라도 너를 꺾고 말겠노라 비장함을 갖춰 총이나 칼 대신 거짓 앞세운 말 대신 의식처럼 정중히 신중히 너 거기 그대로 있거라

 

최소한의 숨구멍으로 두개골을 통과해서 만나는 꽃이라고 우기는 덩어리 살고 죽는 일이 쉽지 않아 단판 벌리는 일도 몇 번 간 떨어지는 일도 몇 번 울다가 웃는 일도 몇 번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너도 그의 몸이다

그가 키운 꽃이다

그냥 같이 가자

 

천천히

 

 

죽음에 이의를 달고

 

소리를 죽이고,

성질을 죽이고,

관계를 죽이고,

한숨을 죽이고,

눈물을

미련을

앞으로 가는 생각을

생활을

차근차근 은둔으로 친밀하게 계획적으로

 

죽이고

단어를 접는

 

다 죽이고도 아직은 살아있는

죽음에

한 줄 첨삭

 

먼 거리 가까워야 알 일

아직 너는 죽음을 키우고

나는 이제 거두고 있으니

내 죽음은 내 것

 

살아봐라

 

 

차례

 

1부 우리의 밤은 무심히 가고

 

새벽 두 시에는 행성이 보인다 _19

언짢은 밤 _20

가볍거나 무겁거나 _21

꽃말 안개말 _22

핑계 가지치기 _24

하늘을 보게 되는 시간 _25

그랬었지 _26

휘파람을 태우고 _27

네모를 굴리는 동그라미 _28

감마나이프 _29

글자를 눕히다 _30

꼭꼭 숨어라 어디까지 갔나 _32

그냥인 날은 없다 _34

나 원 참 _35

낙조 지다 _36

다시 길 위에서 _37

봄, 너 때문이야 _38

 

2부 숨어도 들키는 동박새

 

흔적 지우기 _43

불꽃 축제 _44

5일 장날 장터에 가면 책이 수두룩 _46

붓끝에 속내를 _47

웃는다고 웃었다 _48

선목 _49

놔라 _50

여든다섯 여든일곱 _51

동백섬에는 날마다 꽃 _52

보리숭어 _53

문득 가려웠던 귀 _54

함빡 함박눈 _56

버킷리스트 _57

삐져나온 속 _58

불멸의 불면 _59

그 봄을 당기며 _60

상처가 상처에게 _61

 

3부 세상 가장 정겹고 슬픈 이름

 

 

소통에 대한 시집을 읽다가 _65

서동에서 꿈꾸다 _66

안부 _68

액세서리 귀가 _69

엄마 _70

그렇게 하면 되겠네 _71

옛날 같지 않아 _72

부음 _73

오늘도 달린다 _74

시편지 _76

우물이 있는 집 _77

울퉁불퉁 빈 밭이 그리운 _78

지금은 성업 중 _80

은행나무, 가을 _81

화답 _82

이름 달기 _84

그들의 고향 _85

 

4부 푸르거나 짙거나 옅거나 붉은

 

바람 한 벌 _89

이사 목록 _90

접다 _91

졸복 영접 _92

황당한 봄 봄 _94

나란히 모란꽃 _96

지나간 하늘에 연을 날리다 _98

소철나무 꽃 _100

집을 옮기고 있어요 _101

죽음에 이의를 달고 _102

처서 _104

이러면 안 되는 거지? _105

특, 상, 중, 하, 꼬마, 파 _106

비상구는 안에 있다 _108

혼숙 _110

흘린 것은 있어도 늦은 것은 없다 _112

카르페 디엠 _113

 

해설 _ 어른은 언제나 아이로 열려 있다 _115

신상조(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최수지(윤슬)

 

2001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등단

시집 『그리운 이의 집은 흔들리는 신호등 너머』 『손톱에 박힌 달』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

한국여성시동인회 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부산여류문인협회,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초대작가

 

suzicaa@hanmail.net

 


달려도 녹지 않는 설국 - 최수지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1 | 2024년 9월 30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34쪽

ISBN 979-11-93093-66-5(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제572-96-00959호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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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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