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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고백의 파동 - 이혜원 비평집

뉴욕코리아 2024. 10. 15. 11:06

고백의 파동 - 이혜원 비평집 (파란비평선 0005)

 

 

 

•― 신간 소개

 

 

시 비평은 시가 들려주는 고백에 성심껏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고백의 파동]은 이혜원 평론가의 비평집으로, 「고백과 공감」 「‘나’의 자각에서 ‘나들’의 발견까지―젠더 관점으로 보는 허수경과 김선우의 시」 「‘나’의 사랑의 회의에서 ‘너’의 사랑의 발견으로―김수영 시에서 서정적 주체의 확장성」 등 46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이혜원 평론가는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현대시의 욕망과 이미지] [세기말의 꿈과 문학] [현대시 깊이 읽기] [현대시와 비평의 풍경] [적막의 모험] [생명의 거미줄―현대시와 에코페미니즘] [자유를 향한 자유의 시학―김승희론] [현대시 운율과 형식의 미학] [지상의 천사] [현대시의 윤리와 생명 의식] [고백의 파동] 등을 썼다. 김달진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책머리에

 

 

시인들은 대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말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최고의 대화 기술자들이라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의 시에 흔히 자연이나 사물의 소리가 담겨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인들은 웅변가처럼 자기주장을 펼치기보다는 가만히 대상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하는 말에 반응한다. 그렇기에 시는 어떤 언어활동보다 지적이고 영감이 넘친다. 자신을 열고 사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의 대화술은 물질과의 전면적 대화가 필요한 현재의 시점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특별한 기술이다. 대화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물질과의 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시인들이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했던 이런 개방적 태도는 앞으로 물질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이 취해야 할 대화의 기본 방식이다. 이처럼 대화의 장벽을 낮출 때 입자가 곧 파동이라는 물리적 사실처럼 불가해한 현상들이 조금씩 입을 열고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이번 평론집의 제목을 ‘고백의 파동’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최근의 소회를 반영한 것이다. 꽤 오랫동안 시 비평을 해 오며 자연이나 사물과 대화의 장벽이 지극히 낮은 시인들의 특별한 대화술에 경탄해 왔고, 이것이 코로나 사태 이후의 신유물론적 사유를 선취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은 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만 시는 아직도 세상에 줄 것이 많은 것 같다. 시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오면서 시만이 줄 수 있는 감응을 누려 온 것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시가 세상 만물과의 특별한 대화술을 보이는 것처럼 시 비평은 시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특별한 대화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가 지닌 독특한 화법을 파악해야 시의 묘미와 깊은 의미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시 비평의 대화적 능력은 시의 의미를 풍부하게 확장한다. 관찰자에 따라 입자가 되기도 하고 파동이 되기도 하는 소립자의 움직임처럼 시의 의미도 읽는 자에 따라 무수히 변전한다. 시선의 차이에 따라, 시간의 차이에 따라 새로운 해독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야말로 시가 지닌 생동감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비평집을 엮어 보니 시인론에 해당하는 글들이 상당한 비중을 이룬다. 시인론은 한 시인의 시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이어서 품이 드는 것에 비해 새롭게 얻게 되는 바가 많다. 시에 바쳐진 시인의 일생을 조망하며 얻은 감회가 남다르다.

제1부에는 시론에 해당하는 글들을 실었다.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인에게는 시의 방향키 같은 역할을 하고 시론가들에게는 시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되어 준다. 시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여러 시인들의 시에서 답을 구해 본 글들을 여기에 묶어 보았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이 시대 시의 자장을 형성하는 공동의 감각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1부에는 여성 시인이나 평론가들이 쓴 시론을 살펴본 글들도 함께 실었다. 여성들의 시론 쓰기는 시 쓰기 못지않게 중요한 작업이다.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시의 기준이 있어야 여성들의 시가 시사에서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여성시의 입지를 돌아볼 때 여성들의 시론이 갖는 의미는 각별한 것으로 보인다.

제2부는 시적 생애가 완성된 시인들에 대한 논의를 묶었다. 백석부터 최정례까지 활동 시기에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시 세계가 완결되거나 시사적 의미를 확보한 시인들을 살펴본 글들이다. 여기에 묶인 시인들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논의가 축적되었지만, 다른 각도로 살펴보니 새롭게 읽히는 면이 있었다. 시는 다양한 해석을 통해 의미의 층이 두텁고 견고해지며 생기를 얻는다. 생명력이 긴 시에는 시에 깃든 해석의 역사가 공존한다. 좋은 시는 새로운 해석을 견인하고 그것에 의해 더욱 조밀해지며 오래 살아남게 된다.

제3부는 중진에 해당하는 시인들에 대한 시인론이다. 서정시 계열에 속하기도 하고 실험시 계열에 속하기도 하는 다양한 성향의 시인들이지만, 독자적인 개성을 확보하고 있는 시인들을 선별하여 시 세계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들이 내놓은 여러 권의 시집들은 각기 다른 시의 행로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며 한국시가 풍요로워지고 깊어지는 데 일조한다. 시집과 시집 사이에서 보게 되는 완만한 변화나 급격한 변조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시의 파동을 느끼게 하여 흥미롭다.

제4부는 시집을 한두 권 내놓으면서 주목받은 시인들의 시 세계를 조명한 글들로 이루어졌다. 모든 ‘첫’ 시집이나 ‘초기’의 성과는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새로운 시인의 출현이 특별한 주목을 끄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한국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젊은 시인들이 지닌 특별한 개성에 주목하였다. 이들의 시는 새로 돋아난 잎처럼 신선하고 눈길을 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지 미지수이기에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시인들이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신작 시에 대한 평이나 새 시집에 대한 서평을 엮었다. 그야말로 가장 현장에 밀착한 글들이다. 이런 글들은 막 태어난 시들을 지척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찬란한 시의 무늬’라는 장 제목처럼 갓 태어난 시를 본 순간의 인상을 담았다.

시는 기본적으로 고백의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시 비평은 시가 들려주는 고백에 성심껏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고립된 입자처럼 홀로 존재하던 시가 해석의 순간 파동을 만들며 대화의 장 속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제2, 3, 4부를 시인론으로 엮다 보니 우리 시가 걸어온 한 줄기 오솔길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시인들이 만들어 가는 길은 곧 우리 말의 소중한 숨길이기도 하다. 시는 가장 내밀한 고백에서 시작되지만 고유한 대화의 기술로 동시대인들과 교감하며 고도의 언어예술을 이끌어 왔다. 언어미술, 즉 시가 존속하는 한 그 민족은 열렬하리라고 했던 정지용의 말처럼 여전히 시가 쓰이고 읽히며 열렬한 대화를 이어 가는 한국시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 저자 소개

 

 

이혜원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현대시의 욕망과 이미지] [세기말의 꿈과 문학] [현대시 깊이 읽기] [현대시와 비평의 풍경] [적막의 모험] [생명의 거미줄―현대시와 에코페미니즘] [자유를 향한 자유의 시학―김승희론] [현대시 운율과 형식의 미학] [지상의 천사] [현대시의 윤리와 생명 의식] [고백의 파동] 등을 썼다.

김달진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차례

 

 

005 책머리에

 

제1부 발견과 질문

019 고백과 공감

037 초현실주의 시와 현실의 재발견

058 2010년대 서정시와 질문의 확장성

073 ‘나’의 자각에서 ‘나들’의 발견까지―젠더 관점으로 보는 허수경과 김선우의 시

091 산문시의 리듬과 대화의 시학

099 균열된 세계의 그늘

109 변화에 관한 시적 통찰

119 ‘너’의 시학

131 시와 농담

142 모방과 창조의 거리

160 어려운 횡단, 갱신의 유희

178 파라미타를 향한 일심의 시학―정효구의 불교시학

188 자유와 공존의 모색―이경수론

 

제2부 견고한 정신

201 유랑 체험의 심화와 정신적 고양의 도정―릴케와 백석 시의 비교

233 윤동주 시의 시간 의식―발터 벤야민의 시간 개념과 관련하여

267 김수영과 ‘시선’의 재발견―자코메티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301 ‘나’의 사랑의 회의에서 ‘너’의 사랑의 발견으로―김수영 시에서 서정적 주체의 확장성

317 생동(生動)의 시학―오탁번론

335 고통의 향유와 숭고의 미학―최승자 시에 나타나는 사랑의 정신분석학적 탐구

360 불가능 속으로 희망의 닻을 내리는 초현실주의자―최정례의 삶과 시

 

제3부 길 위의 오르페우스

373 감각의 향유―황인숙론

392 순정성의 언어―오태환론

406 기억의 깊이―정화진론

421 연한 무늬들의 삶 이야기―이진명론

435 풍경의 시학―조용미론

453 길 위의 오르페우스―김태형론

468 사랑과 사람과 삶과 시―이병률론

486 그로테스크한 몸의 드라마―김민정론

 

제4부 새로운 서정

501 악몽을 노래하는 세헤라자데―강성은의 시

512 바람의 시학―이은규의 시

527 다성성의 시적 모험―정한아의 시

538 눈부신 불행의 낭만적 풍경―이현호의 시

546 슬픔의 달콤한 리듬―이제니의 시

559 무모한 역설의 아름다운 꿈―박시하의 시

572 공감의 시학―박준의 시

585 어른아이와 불확실성의 언어―이우성의 시

 

제5부 찬란한 시의 무늬

601 박모(薄暮)의 시경(詩境)―김명인의 신작 시

611 세 개의 시선―이현승, 심재휘, 정은영의 신작 시

627 무위(無僞)의 시―김광규 시선집 [안개의 나라]

639 감각의 발견―장석남 시집 [새 떼들에게로의 망명]의 시사적 의미

657 반짝이며 흘러가는,―최정례 시집 [빛그물]

666 궁극의 시를 찾는 숨비 소리―정희성 시집 [흰 밤에 꿈꾸다]와 박종국 시집 [숨비 소리]

675 무상한 시간의 서정적 발화―윤석산 시집 [절개지]와 이상호 시집 [너무 아픈 것은 나를 외면한다]

684 환상의 미학과 타자의 윤리―이기성 시집 [동물의 자서전]과 신영배 시집 [물안경 달밤]

697 고요의 무늬―이미화 시집 [비가 눈이 되고 눈사람이 되고 지나친 사람이 되고]

707 뜨거운 평면의 세계―김해선 시집 [중동 건설]

719 발표 지면

 

 

•― 책 속으로

 

 

시는 다양한 해석을 통해 의미의 층이 두텁고 견고해지며 생기를 얻는다. 생명력이 긴 시에는 시에 깃든 해석의 역사가 공존한다. 좋은 시는 새로운 해석을 견인하고 그것에 의해 더욱 조밀해지며 오래 살아남게 된다. (「책머리에」, p.8)

 

시는 기본적으로 고백의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시 비평은 시가 들려주는 고백에 성심껏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고립된 입자처럼 홀로 존재하던 시가 해석의 순간 파동을 만들며 대화의 장 속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책머리에」, p.9)

 

대중의 반응에 역행하는 것이 예술의 가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예술적 이해에 훨씬 앞서 그 정신적 가치를 선취할 수는 있어도 대중과 유리되면서 그것을 획득하기는 어렵다. 물론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려는 예술의 생명도 짧은 것은 마찬가지다. 자기 시대의 정신적 양식을 발견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예술은 공허하고 타락하기 쉽다. 대중과의 공감은 앞서가는 참된 정신적 양식을 추구하는 예술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다. 빠르거나 늦어지는 차이는 있겠지만. (「고백과 공감」, p.36)

 

카프카의 현대성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무화하는 과감한 상상력과 인간의 소멸을 직시하는 도저한 회의주의에 있다. 그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초현실의 세계를 구축해 냈다. 초현실주의의 생명력은 현실을 얼마나 새롭게, 투철하게 그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우리 초현실주의 시의 미학적 가능성을 열어 보인 세 시인들이 지속적으로 안고 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초현실주의 시와 현실의 재발견」, pp.56-57)

 

질문이 향하는 불확실하고 폭넓은 대상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적 에너지는 팽만하게 확장된다. 오래 궁굴려 완숙하고 절제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었던 서정적 자아의 권위가 사라지는 대신 힘겹게 새로 묻고 골똘히 생각하는 과정에서 낯선 언어들이 생성되고 확산한다. 이런 질문의 확장성 속에는 기존의 서정시에서 다소 기피되었던 철학적 사유와 관념적 언어들의 시적 가능성이 실현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우리 서정시의 확장 과정에서 사유의 깊이와 치열성은 긴요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질문의 형식은 시의 구조에도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 간결하게 절제되어 비슷비슷한 형태를 보였던 이전 시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특이한 양상들을 살필 수 있다. 답변이 준비되어 있는 결구를 향해 효율적으로 조직되고 완결되었던 이전의 시들에 비해 질문으로 점철되거나 미완의 답을 향해 열려 있는 불완전한 구조들이 자리 잡는다. 이러한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서정시 특유의 내밀한 리듬도 새로운 감각의 소리들로 변주된다. 질문을 내포한 서정시는 이처럼 기존 서정시의 미학을 상당히 변화시키고 있다. 2010년대의 서정시는 전통서정시의 미학을 완숙의 경지로 끌어올렸던 바로 그 지점에서 스스로 변화를 감행하며 미지의 가능성을 향해 확장되고 있다. (「2010년대 서정시와 질문의 확장성」, p.72)

 

젠더 문제는 인간의 모든 경험과 생산에 작용하기 때문에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가부장제에서 중심을 차지했던 남성적 사고와 언어의 질서 속에서 여성은 오랫동안 타자로 소외되어 왔다. 여성 작가들이 글쓰기를 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의식을 지우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사용해야 하는 언어 자체가 남성적인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므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글쓰기에는 치열한 자의식이 깃든다. (「‘나’의 자각에서 ‘나들’의 발견까지―젠더 관점으로 보는 허수경과 김선우의 시」, pp.73-74)

 

산문시는 시의 오랜 전통 속에서 분기한 하나의 젊은 산맥이다.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거친 리듬을 꿈꾸었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거대한 시의 산맥 안에 놓여 있다. 산문시 안에서 펼쳐지는 리듬의 다양한 스펙트럼은 산문시가 얼마나 시의 자장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예리하게 자각하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역으로 산문시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면서 자유시의 갱신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산문시는 동일성이라는 자족적 세계에 갇히지 않고 시대 현실에 조응하고 타자의 언어를 수용하며 존속할 수 있는 시의 대화적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 산문시와 자유시의 활발한 교류와 조응은 부단히 변모하는 생성의 문학으로서 시의 자장을 움직여 갈 수 있을 것이다. (「산문시의 리듬과 대화의 시학」, pp.97-98)

 

시인들은 잠수함의 토끼처럼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상 징후를 예리하게 감지하고 불안해한다. 함께하는 공동체에 곧 닥쳐올 불안한 균열을 그들은 미리 몸소 앓는다. 이 시대 시인들은 곤궁해지는 삶과 차단된 희망과 위태로운 존재의 그늘에서 그 위험을 알리고 고통을 나누려 애쓰고 있다. 그들은 특히 세계의 균열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부정의 공동체, 어떤 공동체도 이루고 있지 못한 자들의 공동체”(모리스 블랑쇼)를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하려 한다. 오랫동안 멀어졌던 말, ‘공동체’가 새삼스럽게 재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균열의 그림자가 심각하게 드리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는 예리한 경고음은 이 세계의 균열을 지각하고 제어하기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균열된 세계의 그늘」, p.108)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통찰(洞察)이라고 한다. 통찰은 이성적인 판단이나 인과적 질서를 넘어서 직관적으로 펼치는 사유의 능력이다. 인과적 서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보다 자유롭고 주관적인 상상이 가능한 시에서 예기치 않은 통찰력이 자주 목도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시에서 통찰력은 특히 광범위한 변화를 그릴 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비약적인 상상과 역동적인 서술을 통해 시는 한 시대나 생애의 변화를 통찰한다. 시는 인과적인 설명을 생략한 채 우리의 가장 깊숙한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꿈과 불안을 일시에 끌어올린다. 시가 던지는 통찰의 그물은 한 시대나 생애가 맞이할 변화의 면면을 다채롭게 드러내 보인다. (「변화에 관한 시적 통찰」, p.118)

 

‘네’가 등장하는 서정시에는 극적인 긴장감이 생겨난다. ‘나’의 일방적인 진술을 가로지르며 ‘너’는 거기에 존재한다. ‘너’로 인해 ‘나’는 관계의 사슬 속으로 엮여 들어가고 그 안에서 무감할 수 없는 서로의 관련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하여 ‘네’가 등장하는 시에서는 섬세한 관계의 역학과 다양한 시선의 현상학이 형성된다. ‘너’의 존재는 ‘나’의 목소리로 가득한 세계에 이질적으로 침투하여 다른 목소리를 내고 안정된 시선을 교란한다. 그리하여 서정시 특유의 동일성의 시학과 다른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너’의 시학은 독자들을 새롭게 자극하며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나’라는 서정적 주체의 독백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와 ‘네’가 형성하는 관계의 무대를 다각도로 해석하며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의 시학은 ‘나’의 시학에 가까운 서정시의 오랜 전통에서 비켜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만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너’의 시학」, pp.129-130)

 

이 시대의 시에 나타나는 농담에서는 무력한 개인을 자각하는 데서 발생하는 힘없는 웃음이 주를 이룬다. 한때 부당한 현실을 향해 강렬한 저항을 행하던 날카롭고 풍자적인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비판의 화살은 외부 현실보다 자기 자신을 향할 때가 많다. 무력한 개인이 극복하기 힘든 상황을 대면하면서 보이는 소극적 대응이 씁쓸한 웃음과 페이소스를 유발한다. 시 속 농담에 담긴 이 시대의 무의식은, 감당하기 힘든 변화 속에서 왜소해지는 자신의 존재를 대면해야 한다는 두려움인 것 같다. 그 두려움과 마주하며 공감할 만한 농담을 던지는 시들을 통해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만날 수 있다. (「시와 농담」, p.141)

 

‘창의성’을 모토로 하는 문학에서 표절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기존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모방은 창조의 모태라고 할 정도로 창작 과정에 뿌리 깊게 작용한다. 창작의 새로움이라는 것도 기존 작품과의 비교에 의해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보면, 모방과 창조는 하나의 짝패로 붙어 있는 상대어에 가깝다. 창조적인 작가들이 그토록 기피하는 모방이라는 개념은 실은 창작 과정에서 가장 의식할 수밖에 없고 성공적으로 벗어나야 하는 난제인 것이다. 문학사가 기억하는 ‘새로운’ 작가들은 모방의 유혹을 훌륭하게 극복해 낸 경우에 해당한다. 기존의 문학에 대한 무지가 아닌 철저한 해부와 전환적 사고야말로 새로운 문학의 동력이 된다. (「모방과 창조의 거리」, pp.142-143)

 

지속적으로 시론을 쓰는 여성 시인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왜 쓰는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와 같은 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의식적이고 도전적인 시 쓰기를 행하는 여성 시인들이 일군을 이룰 정도로, 한국시에서 여성 시인들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김혜순, 이수명, 정끝별의 시론은 기존 시의 흐름을 횡단하며 새로운 시를 추구하는 도전적인 시정신의 산물이다. 김혜순은 생과 사의 경계를 횡단하며 여성시의 놀라운 에너지를 분출한다. 이수명은 동일성의 시학을 전복시키고 시와 사물의 경계를 횡단한다. 정끝별은 창조와 모방의 경계를 횡단하며 21세기 새로운 시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신화부터 최근의 사회현상까지를 아우르는 김혜순의 광활한 상상력, 철학과 인접 예술에서 존재론의 원리와 감각을 끌어오는 이수명의 지적인 탐구력,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학론을 섭렵하고 동시대 문화의 지형 변화를 간파하는 정끝별의 폭넓은 이해력은 우리 여성시론의 다양하고 탁월한 성과를 보장한다. 기존의 시사에 대한 대담하고 도전적인 기획에 비해 이들의 시와 시론이 그리 무겁지 않은 것은, 시의 즐거움과 창조성을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시는 시간의 놀이(김혜순)거나 존재의 놀이(이수명)거나 언어의 놀이(정끝별)이다. 놀이의 즐거움이 없다면 새로운 시의 길을 내는 이 어려운 횡단을 계속해 갈 수 있을까. 이들의 시론은, 누구보다 시와 잘 노는 이 여성 시인들이 횡단해 가려 하는 새로운 시의 길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어려운 횡단, 갱신의 유희」, pp.176-177)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이 남다르게 강했던 두 시인은 흥미롭게도 ‘나무’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고통과 성숙의 과정을 표상한다. 릴케는 나무의 고요하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시인의 성숙에 긴요한 인내의 가치와 침묵의 창조적인 특성을 간파했다. 릴케가 도달한 시 세계가 다소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것에 비해 백석은 경험적이고 질박한 각성의 과정을 보여 준다. 그는 오랜 방황과 무기력으로 인한 통렬한 회한을 딛고 갈매나무처럼 드물고, 굳고, 정한 존재로서의 시인의 표상에 도달한다. (「유랑 체험의 심화와 정신적 고양의 도정―릴케와 백석 시의 비교」, p.232)

 

윤동주는 역사적 시간의 중압을 체감하면서 그것을 초극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을 꿈꾸었다. 그는 역사적 시간에 저항하기 위해 다른 시간을 상상하고 기억을 통해 그것을 실천한다. 승자의 역사에서 억압된 삶을 기억하고 되살려 내는 그의 시적 시간은 미학과 윤리를 탁월하게 결합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처절한 내면의 고투 끝에 윤동주가 도달한 소명 의식과 새로운 시간과의 조우는 우리 현대시사에서 기억할 만한 인상적인 장면에 해당한다. (「윤동주 시의 시간 의식―발터 벤야민의 시간 개념과 관련하여」, pp.265-266)

 

자코메티와 김수영은 대상을 향한 투철한 시선을 견지한 끝에 시선의 주체에 절대적인 권위가 부여되었던 근대적 감각의 틀에서 벗어나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재발견하는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에게 시선의 대상이란 세상과 만나는 접점이다. 대상의 리얼리티를 향한 충실성과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과정 중심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코메티는 기존의 리얼리즘이나 모더니즘이라는 틀로 규정할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김수영은 주체의 시선이 갖는 한계를 인식하면서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재구성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세상을 움직이는 타자들의 힘을 목도하고 그것을 포착하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한다. (「김수영과 ‘시선’의 재발견―자코메티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p.300)

 

김수영은 ‘나’의 사랑뿐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는 ‘너’의 사랑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이는 ‘내’가 사랑의 주체로, ‘네’가 사랑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전형적인 서정시와 다른 점이다. 김수영 시에서 ‘너’는 ‘나’를 긴장시키거나 경이롭게 하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나’는 ‘너’의 존재를 의식하며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 이런 능동적인 타자의 존재는 ‘세계의 자아화’로 명명되었던 서정시의 특질을 재고하게 한다. 세계를 주체의 내면으로 완전히 포섭할 정도의 막강한 힘으로 중심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서정시의 주체와 달리 김수영 시의 주체는 객체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 그의 시에서 객체는 주체의 인식 대상에 머물지 않고 서정적 주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작용하는 또 다른 주체, 또는 능동적 객체로 자리한다. 세계와 부단히 소통하며 변화하는 서정적 주체의 발견으로 김수영의 시는 서정시의 한정된 틀을 새롭게 확장한다. 서정시의 전형성과 비전형성을 두루 포함하는 김수영 시의 서정적 주체는 한국 서정시의 포괄적 범주를 논의하는 데 긴요한 예시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사랑의 회의에서 ‘너’의 사랑의 발견으로―김수영 시에서 서정적 주체의 확장성」, pp.315-316)

 

오탁번의 시가 투철한 예술 정신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공들여 고르고 다듬은 언어들이 입증한다. 최고의 예술가들이 무엇보다 그 기본적 재료의 속성에 민감한 것처럼 그는 시를 통해 언어예술의 극치를 추구했다. 그의 시를 통해 대형 국어사전 속에서 잠자던 수많은 언어들이 새 옷을 입고 세상에 얼굴을 내놓게 되었다. 밤에는 국어사전과 방언사전, 고어사전, 식물도감, 곤충도감 등 갖가지 언어의 광맥을 탐사하고, 낮에는 전철이나 시장 골목을 지나치며 귓가를 스치는 장삼이사의 언어를 채취하는 언어의 발굴자이자 세공사로서 전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생동(生動)의 시학―오탁번론」, p.326)

 

최승자의 시는 사랑에 대한 남다른 체험과 통찰을 내포하고 있다. 이전의 시들에서 흔히 그려지던 낭만적이거나 이상적인 사랑과 달리 육체적이고 절망적인 사랑에 천착한 최승자의 시는 우리 시에서 사랑의 담론을 크게 변화시킨다. 최승자 시에 나타나는 주체는 좌절된 사랑으로 상처받고 원망하고 죽음을 꿈꾸는 격렬한 자기부정의 양상을 보여 준다. (「고통의 향유와 숭고의 미학―최승자 시에 나타나는 사랑의 정신분석학적 탐구」, p.335)

 

생래적으로 경쾌한 기질의 시인은 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가벼움과 생기를 중시한다.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는 진지한 말보다는 솟아오를 듯 가볍고 유쾌한 언어들을 즐겨 사용한다. 그녀는 일찍이 시에서 기표의 놀이를 추구하는 듯 말 그 자체의 감각을 십분 활용해 왔다. 음성상징어의 잦은 사용은 황인숙 시의 기표 놀이가 발현된 대표적인 예이다. 음성상징어는 감각의 동시통역어 같은 것이어서 대상의 느낌을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황인숙의 시에서 음성상징어가 두드러지게 쓰이는 경우는 적막한 가운데 극도로 예민한 감각이 작동하는 경우와 자연의 생명력이 압도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감각의 향유―황인숙론」, pp.384-385)

 

오태환의 시에서 언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 그 자체이다. 언어 사이에 우열도 없다. 모든 말들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저마다 돌올하다. 그의 시에서 유난히 동일한 어구의 반복이 잦은 이유는 말과 말, 물(物)과 물(物)이 대등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하양은 홑청에 바늘로 맑게/시침질하듯이 하고/또 어떤 하양은 햇빛 같은 물방울들을/얇은 습자지에 베껴 쓰듯이 하고/어떤 연보라는 물살을 한 눈금/두 눈금 곱자로 재듯이 하고/또 어떤 연보라는 소금쟁이처럼 잡았다/당겼다 미끄러지기만 하고”(「낙화유수(落花流水)―백담시편 5」)는 개울물에 가을꽃들이 흘러가는 장면을 묘사한 것인데, 색색의 꽃잎들이 흘러가는 모습이 제각각으로 그려진다. 시인은 작은 꽃잎들에서도 개별성을 놓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 다른 가치와 양태를 지닌다. 섬세하고 다양한 언어는 이러한 존재의 다양성과 상통한다. 서로 다른 동식물들이 경쟁하거나 의존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언어 역시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언어생태계는 약육강식의 법칙에 지배되어 다양성을 잃고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 시를 통해 사라져 가는 우리의 고유어를 되살리는 일은 언어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다. 오태환의 시는 고유어의 뿌리를 살려 내고 그 미학적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언어생태계의 지속과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순정성의 언어―오태환론」, pp.401-402)

 

정화진의 시에서 기억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깊은 병과 죽음의 이미지에는 다른 무엇보다 강렬한 생의 비의(秘意)가 깃들어 떨칠 수 없이 시인을 사로잡고 있다. 기억 속에 선연한 병과 죽음의 인상은 감각적으로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다. 삶 또한 죽음과 맞닿아 있을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면에는 오랜 시간의 흔적과 풍부한 드라마가 내재한다. (「기억의 깊이―정화진론」, p.414)

 

이진명의 시는 나직하면서도 다감한 목소리로, 세상의 구석에 놓여 연하지만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고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서술성이 강하면서도 서정성이 풍부한 이진명 시의 독특한 미학은 대상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정서적 반응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폭력적인 세상에서 고요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미약한 존재들에 공감하며 그러한 존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일깨운다. 다감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이진명 시 고유의 화법은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드러내기 위한 섬세한 표현의 방식이자 거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위로의 방식이기도 하다. (「연한 무늬들의 삶 이야기―이진명론」, p.434)

 

조용미의 시는 어둡고 불안한 자의식으로 가득한 존재의 내적 풍경을 관념이 아닌 날것의 감각으로 그려 낸다. 존재의 심연을 파고드는 이런 내적 풍경은 유난히 날카롭고 그로테스크한 미학으로 뚜렷한 개성을 이룬다. 이러한 자의식 과잉의 상태를 벗어나 풍경이 주체와 분리된 채 관찰의 대상이 되면서 시선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이때 자연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몸을 지닌 존재로서 고통을 공유하는 공감의 대상이 된다. 이는 주체와 동등하게 풍경이 갖는 고유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자연을 새로운 감각의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이룬다. 이후 시인은 풍경의 내밀한 중심을 향해 다가가며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그것을 적극적으로 향유한다. 이제 시인은 풍경이 내포하는 자연과 우주의 무한한 깊이를 향해 그 예리한 감각의 촉수를 부단히 뻗어 가고 있다. 조용미의 시는 풍경의 탐구가 이를 수 있는 존재론과 미학의 첨예한 한 지점에 해당한다. (「풍경의 시학―조용미론」, pp.451-452)

 

김태형은 현대의 시인들에게서 현저하게 상실된 시의 음악적 본성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르페우스적인 시인이라 할 만하다.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찾기 위해 죽음이라는 극단의 경계를 넘어섰던 것처럼 현실 저편의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사로잡힌 영혼이라는 점에서 그 역시 미지의 심연에 이끌리는 낭만적 예술가의 면모가 강하다. 오르페우스가 그랬듯이 그 역시 육체와 정신, 동물적인 것과 식물적인 것, 에로스와 타나토스 등 대립적인 성향의 결합을 추구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현대의 시인으로서는 드물게 그는 타고난 시인으로서 자신의 내면에서 흘러넘치는 시심을 노래해 왔다. (「길 위의 오르페우스―김태형론」, pp.454-455)

 

이병률에게는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에는 특정 주제나 경향으로 요약하기 힘든 사랑과 사람과 삶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시인일 뿐 아니라 사진가와 여행가로 세계 곳곳을 떠도는 특유의 이력도 그의 시가 드러내는 너른 진폭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과 사람과 삶의 이야기는 이병률의 시뿐 아니라 서정시의 보편적인 주제여서 특별할 것이 없다. 이런 범박한 주제를 다루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특정 주제에 집중할 때보다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병률의 시는 주제의 다양성을 독자적인 시선과 분위기로 갈음하여 개성을 확보한다. 대상을 충분히 담아내되 관여하지 않는 카메라처럼 담담한 태도와 범상한 장면에서 독특한 구도와 색조를 끌어내는 섬세한 감각이 서정시의 관습을 신선하게 벗어난다. (「사랑과 사람과 삶과 시―이병률론」, pp.468-469)

 

그로테스크 미학이 단순히 낯선 것에 대한 호사 취미를 넘어 문제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은 현실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과장과 변형이 심하지만 실제로는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들이 뒤엉켜 있을 뿐이다. 그로테스크는 웃음과 공포처럼 이질적인 감정들을 동시에 불러일으킴으로써 기괴한 현실을 자각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그로테스크 미학이 진정으로 실현되는 것은 독자가 반응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낯설면서도 현실성이 강하고, 불편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고, 끊임없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김민정의 시를 이러한 그로테스크 미학의 범주에 놓고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몸의 드라마―김민정론」, p.488)

 

강성은이 첫 시집의 첫 시로 「세헤라자데」를 배치한 것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세헤라자데는 천일야화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꾼이다. 날마다 목숨을 담보로 이야기하는 여인, 한순간이라도 왕을 지루하게 하면 바로 죽게 되는 그녀의 절박한 운명은 이야기의 운명과도 같다. 끊어지지 않는 이야기는 죽음을 유예하고 시간을 초월한다. 시인으로서 강성은은 세헤라자데처럼 삶과 문학이 합치되는 어떤 절대적인 경지를 꿈꾼다. 삶을 초극하여 그 자체가 삶이 되는 새로운 이야기를 그녀들은 원한다. 그 이야기는 삶의 지루함을 잠시라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이어야 한다. 완전한 몰입과 끝없는 지속을 갈망하게 하는 이야기. 세상의 진부한 이야기들과 전혀 달라서 끝없이 놀라게 하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이 세상의 이야기여서는 안 된다. 그 이야기는 완전히 상상의 산물이다. 오직 상상이 촉발하고 상상이 이끌어 가는 것이어야 한다. 현실의 시간을 초극하며 이어지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해 낸다. 그 세상은 현실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구조를 지니며 현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곳은 현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매혹적이고 숨 가쁠 정도로 빠르게 펼쳐진다. (「악몽을 노래하는 세헤라자데―강성은의 시」, pp.501-502)

 

다성성의 시는 서정적 주체가 주도하는 단성성의 시에 비해 타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기 좋다. 정한아의 시에서 다성성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기존 담론에 대한 패러디가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패러디는 기존의 담론과 상호텍스트성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이미 대화적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다중적 언어를 드러내게 된다. 기존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패러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타자의 목소리는 새로운 의미를 띠며 부상한다. (「다성성의 시적 모험―정한아의 시」, p.532)

 

이현호의 시에서 다양하게 구사되는 혼란스러운 진술과 문법 파괴는 복잡 미묘한 마음의 작용을 인상 깊게 표현하려는 고심의 흔적이다. 기존의 언어로, 문법에 어긋남이 없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민감한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기 위해 그는 수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때로는 비문의 파격을 활용하기도 한다. 문법을 깨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문법에 능통해야 하는데, 그의 시에서 능란하게 구사되는 만연체 문장들은 그가 오랫동안 문장과 씨름해 온 시인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눈부신 불행의 낭만적 풍경―이현호의 시」, p.545)

 

산문시의 형식 속에서도 개성적인 리듬을 실현할 수 있을까, 내밀한 사유와 의식을 감각적인 노래로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이제니는 주목할 만한 답변에 해당한다. 이제니의 시는 산문시 형식이 많고 대개의 시가 상당히 긴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인 상상과 의식이 내용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그녀의 시는 독자를 끌어들여 계속 읽게 만든다. 온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계속 읽게 만드는 이 힘은 주로 리듬의 매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니의 시는 리듬으로 가득하다. 눈에 띄는 말놀이부터 내재된 리듬에 이르기까지 시 전체가 소리의 울렁임으로 가득하다. 의미를 파악하기에 앞서 저절로 읽히는 그녀의 시는 “시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아치볼드 맥클리쉬의 시법에 부합한다. 계속되는 언어의 율동과 소리의 어울림에 끌려 어느새 빠져들게 되는 그녀의 시는 요즘 듣기 힘든 사이렌의 노래다. 그녀의 매혹적인 노래가 끌어들이는 세계는 어떤 곳인가? (「슬픔의 달콤한 리듬―이제니의 시」, p.547)

 

박준의 시는 가난하고 소외된 삶에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따뜻한 정서로 가득하다. 가난한 연인들이 나누는 사랑과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인상 깊게 펼쳐진다. 그의 시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도 매몰되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을 그린다. 섬세한 감각과 풍부한 감정이 중심을 이루는 시선을 보여 주는 그는 전형적인 서정시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세상을 꿈꾼다. 그곳에는 ‘미인’이 산다. 그의 시에서 독특하게 출현하는 미인은 무한한 사랑과 믿음의 산물이다. 열병에 걸린 연인의 곁을 근심스럽게 지키는 미인은 삶에 대한 긍정의 첫 출발점이다. 환영이든 실제이든 미인의 존재로 인해 삶은 아름답게 빛난다. (「공감의 시학―박준의 시」, pp.582-583)

 

이우성의 시에 나타나는 어른아이와 같은 미성숙한 주체는 자기동일성에 대한 믿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시대적 인식을 반영한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어른아이는 이전 시대 시인들의 ‘소년’이나 ‘청년’ 이미지가 함유했던 희망과 순수, 혹은 저항의 상징과는 전혀 다르다. 그는 철없는 어른아이의 이미지를 통해 혼돈의 시대를 증상으로써 구현한다. 그는 신념이나 이성과는 거리가 먼 불안과 혼란의 언어를 구사하며 주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드러낸다. 불완전한 주체를 반영하는 불확실성의 언어는 낯설고 새로운 의미의 영역으로 우리를 이끈다. 과격하게 생략되어 커다란 틈을 벌리고 있는 그의 시들은 새로운 의미의 생성에 참여할 타자를 향해 무한대로 열려 있다. (「어른아이와 불확실성의 언어―이우성의 시」, pp.596-597)

 

김명인의 시는 노년의 시가 동어반복의 넋두리에 불과하다는 통념을 불식시킨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시인들의 활동 기간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시와 삶의 일치를 추구해 온 김명인의 시는 오랜 시력(詩歷)을 어떻게 견지해 가야 할지에 대한 좋은 참조가 되어 준다. 정서적・언어적 긴장감이 없이는 시를 쓰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그의 시에 생기를 부여한다. 노년의 심경을 읊을 때조차 그의 시는 발견과 성찰의 순간들로 빛난다. 눈앞에 거대한 빙산같이 버티고 있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시인은 여전히 바쁠 것이다. (「박모(薄暮)의 시경(詩境)―김명인의 신작 시」, pp.609-610)

 

이현승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아우슈비츠가 있고, 혁명은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간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20세기만큼 노골적이지 않지만 교묘하게 따라서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주권 권력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혁명도 그만큼 일상적이고 부단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아우슈비츠가 사어가 아니라 은유로서 여전히 무섭게 느껴지는 세상이라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절실하게 요청된다는 것이고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변화를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혁명은 아우슈비츠와 호모 사케르가 존재하는 한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일이다. 시인은 모두가 이만하면 괜찮지 않냐고 할 때에도 아우슈비츠에 남아 있는 호모 사케르를 잊지 않고 아직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생명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다.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이 가능한지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현승에게도 이러한 의문은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여전히 아우슈비츠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호모 사케르들이 있는데 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탐문을 드러낸다. (「세 개의 시선―이현승, 심재휘, 정은영의 신작 시」, pp.615-616)

 

김광규의 시는 “시 삼백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사무사(思無邪)이다”라고 했던 공자의 말을 연상시킨다. ‘무사(無邪)’란 왜곡되지 않고 바르게 드러난다는 뜻으로, 시에서 정서와 사유가 어긋나지 않고 일치된 상태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마음속 생각과 정이 밝게 드러나는 시는 꾸밈없이 진실하다. 동양에서 오랫동안 시의 기교보다 정신을 높이 평가해 온 것은 이런 무위(無僞)의 가치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직하고 과장되지 않은 시에서는 감정과 사유가 유리되지 않고 공히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현란한 기교보다 묵직한 사유에 중심을 두는 김광규의 시는 사무사라는 동양의 오랜 시정신에 충실한 무위의 시라 할 수 있다. (「무위(無僞)의 시―김광규 시선집 [안개의 나라]」, p.628)

 

오래도록 서정시에서 풍경은 대체로 주체의 관념이나 감정을 수식하는 배경으로 작용해 왔다. 풍경은 미리 설정되어 분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감정의 여운을 전달하는 장식적 역할을 담당하는 정도로 기능해 왔다. 그에 비해 장석남 시에서 풍경은 주체에 선행하는 감각의 동력이다. 그의 시에서는 풍경이 중심을 이루고 주체의 지각이나 정서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풍경에 내재하는 다양한 신체적 감각은 주체와의 긴밀한 감응에서 기인한다. 주체가 풍경과 상통하며 감각적 생성을 이루어 가는 이러한 방식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을 가능케 한다. 배경에 불과한 것으로 밀려나 있던 풍경은 무수한 생성의 가능성을 지닌 세계이기 때문이다. (「감각의 발견―장석남 시집 [새 떼들에게로의 망명]의 시사적 의미」, p.650)

 

‘기억’과 ‘시간’의 문제는 최정례 시의 핵심적 화두에 해당한다. 최정례의 시에서 기억은 느닷없이 솟구치고 펼쳐지며 현재의 시간으로 침투한다. 기억은 현실의 삶과 갑작스럽게 뒤섞이며 그 상처나 욕망의 흔적을 드러낸다. 최정례 시에서 기억은 과거의 사실로 머물지 않고 현재 또는 미래의 시간과 자유롭게 뒤섞이며 새롭게 발견된다. (「반짝이며 흘러가는,―최정례 시집 [빛그물]」, p.662)

 

존재의 심연을 향해 끝없이 침잠하며 궁극의 시를 찾기 위해 전력하는 시인들의 행보는 극한의 모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숨비 소리를 연상시킨다. 해녀들에게 숨을 참는 바닷속과 숨을 쉬는 바깥세상의 차이가 극명하듯이 시인들에게 시는 바깥세상과 다르게 펼쳐지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정희성, 「시를 찾아서」, [시를 찾아서])의 근원이다. 바깥세상과는 달리 편한 숨을 참고 한없이 헤매야 하는 시의 심연을 향해 시인들은 끝없이 이끌린다. 시의 심연에 가까워질수록 언어의 한계에 절망하고 존재의 불확정성에 혼돈을 느끼면서도 시인들은 궁극의 시를 향한 힘겨운 자맥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검푸른 바닷속을 오랜 시간 헤맨 끝에, 가까스로 토해 내는 숨비 소리와 함께 한 편 한 편의 시를 내놓는다. 그들의 숨비 소리를 닮은 시들은 침묵에 가까운 궁극의 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지만 세상의 거친 소리와도 구분되는 독특한 음색을 드러낸다. (「궁극의 시를 찾는 숨비 소리―정희성 시집 [흰 밤에 꿈꾸다]와 박종국 시집 [숨비 소리]」, pp.666-667)

 

이기성과 신영배의 시는 환상을 통하여 현실을 재인식하게 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시에서 환상은 현실의 충실한 재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새롭게 구성한다. 이들에게 환상은 현실을 다른 차원에서 보게 하는 방법이며 주체의 감각을 넘어서려는 모험이다. 이들의 환상은 현실 너머의 세계를 배태하는 주체의 초월적 관념이라기보다 오히려 주체를 해체하여 타자의 세계로 틈입하기 위한 실존적 모험의 과정이다. 이들의 시는 이 시대의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타자들에게 머물며 그들의 삶을 살려 내기 위해 환상적 도정을 감행한다. 이들은 ‘환상의 미학’과 ‘타자의 윤리’라는 낯선 조합을 실천하며 환상시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환상의 미학과 타자의 윤리―이기성 시집 [동물의 자서전]과 신영배 시집 [물안경 달밤]」, p.685)

 

여기, ‘혼란’한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고요’한 그늘에 놓인 존재의 무늬를 그리는 데 골몰하는 시인이 있다. 떠들썩한 소리와 강렬한 색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최대한 멀어진 채 오롯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홀로 존재하는 외로운 대상들을 향해 한량없는 눈길을 보내는 시인이 있다. 이미화의 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강한 유대를 드러낸다. 이러한 연결에는 내면의 세계를 향한 정신적 지향이 작동한다. 이미화의 시에서 내면의 세계를 향한 투시력은 보이는 세계 이상으로 광활하게 확장되며 독자적인 영토를 만들어 낸다. 이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 전에 없는 분위기와 풍경을 창출하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방불케 하는 것이다. (「고요의 무늬―이미화 시집 [비가 눈이 되고 눈사람이 되고 지나친 사람이 되고]」, pp.704-705)

 

[중동 건설]이라는 시집의 제목에서 현실성이 강한 리얼리즘 시를 예상했던 독자라면 이 시집에서 줄곧 펼쳐지는 예측하기 힘든 연상의 만화경에 당혹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문장에서 출발하든 예기치 못했던 초현실의 세계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연상의 과정을 함께 즐길 준비가 된 독자라면 이 시집은 흥미로운 사유의 여행지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시집에서 ‘중동 건설’은 저 열사의 사막을 기적의 땅으로 바꾸었던 현실 세계와 달리 시인의 자유로운 상상이 배태한 뜨거운 이미지들로 가득한 초현실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뜨거운 평면의 세계―김해선 시집 [중동 건설]」, pp.708-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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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파동

이혜원

파란비평선 0005∣2024년 10월 20일 발간∣정가 42,000원∣A5(138×210㎜)∣양장본∣7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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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파동 - 이혜원 비평집

고백의 파동 - 이혜원 비평집 (파란비평선 0005) . •― 신간 소개 시 비평은 시가 들려주는 고백에 성심껏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 고백의 파동 ] 은 이혜원 평론가의 비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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