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세상 풍류인생- 박제천 시집
(문학아카데미)
박제천 시인, 신작 시집 『풍진세상 풍류인생』 발간
포에지의 영기(靈氣)와 생의 황홀경, 놀이의 깊이와 달관의 높이
박제천 시인의 신작 시집 『풍진세상 풍류인생』이 문학아카데미시선 301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은 제1부 <천지의 내 신부에게> 제2부 <유리알 유희> 제3부 <지구 100의 내 인생> 제4부 <금강산 요지경> 등 4부로 갈래졌고,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에는 이찬(고려대교수)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되었다. 이찬 교수는 이번 시집에 대해 “소탈하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허정(虛靜)의 신비와 우아미의 절정에 이른다.”며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절창의 노랫가락”을 상찬하였다.
“풍진세상 풍류인생”에 휘감긴 놀이의 깊이와 달관의 높이를 느리게 좀 더 느리게 음미해 보라. 나아가 그 살갗에 스민 마음결의 움직임과 생각의 여울들을 가만히 헤아려 보라. 아니, “사랑을 훔친 죄로 나는 시인이 되었다.”(「인생유전」), “창백한 푸른 점 속의 내가 바람둥이 신이 되어”(「지구 100의 내 인생」),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자연의 시가 된다”(「자연이 곧 프롬프터다」) 같은 수려한 이미지들이 윙윙대며 불러들이는, 저 순일한 기쁨을 가슴으로 느껴 보라. 시집을 읽는 내내 그대들은 마치 천상의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듯, 충만하면서도 유유자적한 생의 황홀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는 또한 시인이 줄기차게 빚고 닦고 씻어온 포에지의 영기(靈氣)를 이루지만, 이번 시집 『풍진세상 풍류인생』은 시인에게 밀려닥친 숙명적 실존의 직감들로 인해 훨씬 웅숭깊은 존재의 목소리로 진화한다.
그렇다.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절창의 노랫가락처럼, 박제천의 이번 시집은 소탈하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허정(虛靜)의 신비와 우아미의 절정에 이른다. 소요유(逍遙遊)의 풍경들, 운명애의 리듬이란 저 신비와 미감의 진경을 단 한마디로 소묘한 어휘들일 것이다. 『풍진세상 풍류인생』은 도처에서 흩날리는 둔중한 실존의 매듭들을 새로운 필치로 돋궈내고 있을 뿐더러, 일생을 바쳐 추구해온 저 “장자시”의 세계는 치명적 실존을 예감할 수밖에 없었을 소름끼치는 시간들을 지나면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기에. 그리하여, 시인은 “내가 나를 죽여서 나를 살리는/ 완생完生의 묘수”(「오궁도화」)로 아로새겨진 오롯한 깨달음에 이르게 된 것이 틀림없으리라. ―이 찬(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프로필: 1966년 『현대문학』 시 추천완료. 시집 『장자시』 『달은 즈믄 가람에』 『천기누설』 『풍진세상 풍류인생』 등 16권. 한국시협상,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연락처: 03084 서울시 종로구 동숭4가길 21(낙산빌라 101) 손)010-3723-6237
이메일: munhakac@hanmail.net
▶문학아카데미: 03084 서울시 종로구 동숭4가길 21, 낙산빌라 101호
tel) 764-5057 fax) 745-8516 ▶B5판·반양장 112쪽/ 값 10,000원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천지의 내 신부에게
19 | 수성 노래
20 | 백만 년의 사랑
21 | 첫사랑 엽서
22 | 수국꽃, 내 사랑 안녕
23 | 꽃대궐 추억 놀이
24 | 백설, 사랑노래
26 | 블랙홀 놀이
27 | 해도 달도 모르게
28 | 천안통
29 | 천지의 내 신부에게
30 | 건배사 놀이
31 | 월하독작 놀이
제2부 유리알 유희
35 | 꽃놀이패
36 | 오궁도화
37 | 화엄 새벽
38 | 매화육궁
39 | 풍진세상 풍류인생
40 | 내 마음터가 명당이다
41 | 두두물물
42 | 방산장터
44 | 내시경 놀이
45 | 배달 놀이
46 | 나무 나무
47| 유리알 유희
제3부 지구 100의 내 인생
51 | 인생유전
52 | 본색
53 | 천지현황
54 | 면벽놀이
56 | 달마도 점안
57 | 은하수 히치하이커
58 | 거대한 빙산
59 | 지구 100의 내 인생
60 | 편백나무처럼
61 | 차돌 세상
62 | 물수제비 놀이
63 | 똑똑이 별들
64 | 앵벌이 놀이
65 | CCTV 재미
66 | 각자도생
제4부 금강산 요지경
69 | 금강산 요지경
70 | 금강산 비무장지대 월경기
72 | 금강산 일박
74 | 금강산 암호
75 | 금강산 시인대회
76 | 달은 술항아리, 노래항아리
77 | 사과 한알의 작시법
78 | 자연이 곧 프롬프터다
79 | 별 만드는 재미
80 | 딴세상 재미
82 | 독서 놀이
84 | 귀동냥 재미
85 | 오늘은 더없이 좋은 날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
87 | 이 찬 해설: 놀이의 깊이와 달관의 높이
<시인의 말>
시업 55년, 제16권째 시집이다.
풍진세상이지만 아직은 시랑 동무하며 사는 삶이 즐겁다.
몸이 마음을 따르지 못해 버거우나 이제껏 살아온 한 살이의 꿈과 인연의 파노라마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바라건대, 앞으로도 이제처럼 한 자 한 자 기록하는 이 세상살이가 날마다 애인을 만나고 시의 비밀한 묘용을 깨우칠 수 있는 풍류도의 황홀한 기쁨이었으면 좋겠다.
2020년 원단
방산재에서 박제천절
*박제천 좋은 시 5편
<첫사랑 엽서>
살구꽃 피는 우물은 나만의 보물창고
우물 속 깊이 얼굴을 묻고, 아무개야 소리치면
아무개야 메아리지며 달려오는 발소리,
아무개야 아무개야 아무개야 부르면
우물 속 낮달 거울에 어리는 얼굴,
아무개야 아무개야 아무개야 목이 메이면
내 가슴 속 우물에도 참방참방 솟아오르는
그리운 얼굴,
살구꽃 황홀한 꽃잔치 한마당.
<오궁도화五宮桃花>
언제쯤 저 꽃망울이 꽃봉오리만큼 커지나요
물었더니
노인 뱃속은 아무도 몰라요
저 조그만 것이 언제 점프를 해서 커질지 몰라요
한 달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짐작 못해요
내 뱃속을 꽃밭삼아 피어나는 저 꽃,
복사꽃도아니야진달래꽃도아니야매화꽃도아니야
무명꽃
꽃감옥에 빠졌느니
즐겁게 즐겁게
내 안에 만발한 오궁도화 꽃감옥살이
혼자 두는 바둑이니,
내가 나를 죽여서 나를 살리는
완생完生의 묘수를 찾아야겠다.
<풍진세상 풍류인생>
풍진세상 나 몰라라 한숨 눈을 붙였더니
신선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백마 흑마 갈아타며
세도나 평원을 돌아보고,
혹은 귀신들과 뱃놀이를 즐기며
딴세상 구경에 넋이 나갔는데
이 풍진세상에선 심정지가 왔다고,
8분이나 되었다고 난리 법석이었다
이승과 저승에 한 발씩 걸친 장주며,
그대 무덤의 풀들아 어서 말라라,
새서방 만나보자, 허위단심 부채질하는
그대 아내도 걸작이지만
신선놀이 삼아
섬망마저 즐기는 홀아비의 극락,
그 누가 감히 방해하랴
이 풍진 세상에 다시 돌아왔으니,
어쩌겠나, 또, 한 살이 잘 살아보세.
<은하수 히치하이커>
은하열차의 무임승차마저 놓친 오늘 저녁엔
명왕성으로 떠나는 혜성에나 올라탈까,
다리가 다 망가져 20보 걷다 화성에서 쉬고,
50보 걷다 목성에서 주저앉으니
이철괴의 쇠막대기처럼 내 스틱이
유일한 친구, 55kg 몸뚱이를 잠시 기대며
기운차게 스쳐지나가는 별들을 본다
브레이크를 잡고,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준마들의 엉덩이,
보기만해도 올라타고 싶은
엉덩이를 부럽게 바라보며 중얼중얼,
나도 젊어서는 20kg 완전군장인 채
행성 50광년도 걸었단다
블랙홀이 다가오고, 유성우의 노을이
은하수 수평선에 자욱히 물들 때
달도 없고, 타고 갈 비행선도 없어
대책없는 떠돌이별 친구들과 일배일배 부일배
방금 피었다 지는 국화꽃 신성에게도 한잔,
만사작파하고, 내일은 새 애인이라도구해야겠다,
카시오피아좌라도 다녀와야겠다.
<차돌 세상>
수천 세기에 걸쳐 사람으로 태어나고
그보다 더 많은 세기에는
그 많은 짐승들 몸도 한번씩 가졌으리
나무나 풀, 풍뎅이나 반딧불처럼 살았을 적도 많았으리
깜깜한 바위 속에 나의 보리암 지어놓고
기원하노니
다음 생에는
흘러가는 저 물 속,
구르고 굴러 온몸 깎아내어 반들반들한
차돌
깜깜한 차돌 속에
너랑나랑 껴안은 화석이 되자
하느님도 부처님도 꺼낼 수없는 무간지옥에서
차돌세상 살면서
다시는 남의 몸으로 떠다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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