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
(시인동네 시인선 102)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심상》으로 등단 후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시집으로 『서랍 속의 여자』 『귀갑문 유리컵』 『검은 맛』 『눈빛』(사진 시집)과 평론집 『욕망의 꼬리는 길다』, 산문집 『꿈이 보내온 편지』가 있다. 〈대구문학상〉 〈금복문화상〉(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박지영 시인
우리는 사다리를 걸쳐놓고 한 계단 한 계단 걸어서 저 별로
별을 세며 가는 중이야
저 별에서는 다들 한식구가 되지
오라 부르지 않아도
우리는 혼자서
타박타박 저 별에 가야 해
이 별은 그렇게 지나가는 거야
—「반 고흐에게」 중에서
절망적이었지만
몇억 광년 저편에서 온 빛이
또 몇억 광년을 거쳐 어디로 가듯
한 시절이 가고 또 한 시절이 오고 있었어
—「공중정원」 중에서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니었어
나는 누구이고
내 안에 너는 누구인지
수천 개의 내가 제각각
손을 흔들고 있는데
아, 불편한 내 영혼
—「거울 앞에서」 중에서
별을 세며 가는 중이야
저 별에서는 다들 한식구가 되지
오라 부르지 않아도
우리는 혼자서
타박타박 저 별에 가야 해
이 별은 그렇게 지나가는 거야
—「반 고흐에게」 중에서
절망적이었지만
몇억 광년 저편에서 온 빛이
또 몇억 광년을 거쳐 어디로 가듯
한 시절이 가고 또 한 시절이 오고 있었어
—「공중정원」 중에서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니었어
나는 누구이고
내 안에 너는 누구인지
수천 개의 내가 제각각
손을 흔들고 있는데
아, 불편한 내 영혼
—「거울 앞에서」 중에서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던 밤의 대화록 박지영 시인의 신작 시집
시집 『검은 맛』 이후 7년여 만에 펴내는 박지영 시인의 신작 시집. 지난해 산문집 『꿈이 보내온 편지』를 통해, 자신이 천착해 있는 꿈과 일상의 말들을 시적으로 받아 적으며 독자들에게 현실을 잠시 탈주할 수 있는 몽환적인 휴식을 주었다면, 이번 시집은 더 내밀하게 ‘꿈’이 맺혀 있는 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반 고흐’의 별과 ‘종이가 된 달’, ‘달의 혼인’, ‘멜랑콜리’ 등 어둠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대상들을 불러와 자신의 밤을 매만지는 작업으로 나아간다. ‘밤’의 물리적 시간을 모두 경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사변적이면서도, “언젠가 가야 할 저기”를 먼저 안내하는 사람으로 시인은 쓴다. ‘밤’이라는 레이어를 통해 세상을 겹쳐보면서 “그런데 영혼아 정말/갈 곳이 있기나 한 거니”라고 의문을 품는다. 밤 이후의 세계, 어둠 이후의 세계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영원으로 가는 시간과 멸망에 이르는 시간이 공존”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까치발과 같은 위태로운 스텝이 시작된다.
해설을 쓴 김영임 평론가는 “박지영의 달, 별, 밤하늘은 그립지도 밝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사막의 뱀처럼 다가와 우리를 검고 무거운 블랙홀 안으로 침식시켜 별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라고 말한다.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새로운 어둠의 창구를 열었다고 말하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그 속에 우리가 무겁게 실감해야하는 존재와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 그 사이를 갈팡질팡하다 가는 것이 삶이라면, 이번 시집은 ‘사적인’ 이야기이자 동시에 시인 삶에 찾아든 ‘밤’의 대화록 그 전말이기도 하다.
시집 『검은 맛』 이후 7년여 만에 펴내는 박지영 시인의 신작 시집. 지난해 산문집 『꿈이 보내온 편지』를 통해, 자신이 천착해 있는 꿈과 일상의 말들을 시적으로 받아 적으며 독자들에게 현실을 잠시 탈주할 수 있는 몽환적인 휴식을 주었다면, 이번 시집은 더 내밀하게 ‘꿈’이 맺혀 있는 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반 고흐’의 별과 ‘종이가 된 달’, ‘달의 혼인’, ‘멜랑콜리’ 등 어둠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대상들을 불러와 자신의 밤을 매만지는 작업으로 나아간다. ‘밤’의 물리적 시간을 모두 경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사변적이면서도, “언젠가 가야 할 저기”를 먼저 안내하는 사람으로 시인은 쓴다. ‘밤’이라는 레이어를 통해 세상을 겹쳐보면서 “그런데 영혼아 정말/갈 곳이 있기나 한 거니”라고 의문을 품는다. 밤 이후의 세계, 어둠 이후의 세계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영원으로 가는 시간과 멸망에 이르는 시간이 공존”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까치발과 같은 위태로운 스텝이 시작된다.
해설을 쓴 김영임 평론가는 “박지영의 달, 별, 밤하늘은 그립지도 밝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사막의 뱀처럼 다가와 우리를 검고 무거운 블랙홀 안으로 침식시켜 별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라고 말한다.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새로운 어둠의 창구를 열었다고 말하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그 속에 우리가 무겁게 실감해야하는 존재와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 그 사이를 갈팡질팡하다 가는 것이 삶이라면, 이번 시집은 ‘사적인’ 이야기이자 동시에 시인 삶에 찾아든 ‘밤’의 대화록 그 전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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