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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김 완 시집

뉴욕코리아 2019. 1. 17. 07:28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김완 시집 (천년의 시작)




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가 시작시인선 0257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19805월 광주항쟁을 극점으로 하는 역사적 굴곡과 전라도 광주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시인이 환자의 고통을 대면하면서 느끼는 삶의 애환이 시집 전반에 깃들어 있다. 가령 시인은 “멀리서 바라보면 아름답다//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여기저기 아픈 꽃 피어 있다”(「바래봉 철쭉이 전한 말」)고 말한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비극을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초극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밖을 쏘다닌다. 4를 쓴 이은봉 시인은 “그의 시를 이루는 주체는 내면에 갇혀 저 자신의 자의식을 탐구하기보다는 외면의 자연 및 사회를 찾아 그것의 바른 의미, 곧 바른 진실을 탐구한다.”라고 평했다. 시인은 생활의 터전에서 환자의 병을 치유해 주는 소명을 실천하는 것처럼 시인으로서 비극을 초극할 수 있는 서정시를 쓰는 것을 자신의 문학적 소명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4를 쓴 이상국 시인은 “시인은 시집 전편을 통하여 그늘과 상실을 노래한다. 누구 탓할 것 없다.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세상이고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아직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소년에게는 절망이 없다. 소년의 슬픔과 분노에는 계산이 없다. 그래서 그는 날마다 별을 건지러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별은 우리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이고, 희망이고, 깨끗한 눈물이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김완 시의 시적 정서는 대체로 비관적이지만 동시에 이를 껴안고 넘어서려는 맑은 소년의 얼굴이 있다. “비관적 포용 혹은 포용적 비관의 역설적 초극의 속성이 그의 시 세계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라고 평한 홍용희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시인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치유의 손길을 내밀듯이 “햇귀처럼 환한 서정시”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받은 것들을 환히 비추고 있다.

 

❚추천사❚

 

그의 시를 이루는 주체는 내면에 갇혀 저 자신의 자의식을 탐구하기보다는 외면의 자연 및 사회를 찾아 그것의 바른 의미, 곧 바른 진실을 탐구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바른 의미, 곧 바른 진실’은 자연과 사회가 이루는 제대로 된 질서, 곧 제대로 된 법을 뜻한다.

나는 그의 시의 주체가 이루는 이러한 행방과 관련해 ‘떠난다’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쏘다닌다’라는 말을 쓰기 좋아한다. ‘쏘다닌다’는 말 속에는 『장자』에서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소요逍遙의 개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요逍遙라는 말 속에는 물론 소풍逍風의 개념과 함께 유목의 개념도 들어 있다. 따져보면 김완 시의 주체처럼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이 삶의 실재가 아닌가. 

―이은봉(시인, 광주대 문창과 교수)

 

“단골집이 없어진다는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사소한 위안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 동네 식당에 드나들던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한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식당 하나 없어진다고 세상이 바뀔까”(「단골집이 없어진다는 것은」 부분)

시인은 시집 전편을 통하여 그늘과 상실을 노래한다. 누구 탓할 것 없다.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세상이고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아직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소년에게는 절망이 없다. 소년의 슬픔과 분노에는 계산이 없다. 그래서 그는 날마다 별을 건지러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별은 우리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이고, 희망이고, 깨끗한 눈물이다.

 

―이상국(시인)

 

 

❚저자 약력❚


 

김 완

 

광주광역시 출생.

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의학박사 심장내과 전문의, 한국심초음파 학회 회장.

현재 광주보훈병원 심장혈관센터장.

 

❚차례❚


 

시인의 말

 

1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발자국 13

 

포항 가는 길 14

곰소 젓갈천국 15

단골집이 없어진다는 것은 16

은적사隱寂寺 18

돌아오지 않는 봄 19

영취산 진달래 20

이팝꽃 피는 오월 21

윤삼현 형님 22

오월 23

먼저 왔다 간 손님에게 24

미안하다 미안하다 26

소주는 영혼이라는 말 28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30

어떤 시간 31

혼자 걷는 달 32

 

2  환자의 말 속에는 뭔가 있다

 

후배 의사들 35

사과를 생각하는 아침 36

인사동 가는 길 38

부서진 사월  39

나무와 숲 40

성선설 믿고 살아왔지만 41

죽었다 살아난 남자 42

다시 오월에 44

유월, 대원사 45

술에 대한 단상 46

여름 산 47

가을 산행  48

시월詩月 50

입동 52

환자의 말 속에는 뭔가가 있다 54

 

 

3  억새들에 취하다

 

거문도 ‘고도민박집’에서 57

나라가 지랄 염병을 해도 58

서석대에서 60

복수초福壽草 62

억새들에 취하다 63

시간이라는 병 64

십이월, 상가에서 65

동백 숲길 66

, 백련사 67

월명암 68

우중산행雨中山行 69

어란진에 와서 70

내소사 전나무 숲길에 72

상한 사과는 다시 먹을 수 없다 74

아고라 75

바래봉 철쭉이 전한 말 76

 

4  이상한 계절

 

하 수상한 시절과 삼식이 79

신발의 유전자 80

폐차 82

이상한 계절 83

오월을 보내며 84

유월의 산중 86

여름을 뜯어 먹는다 88

장마전선 89

도가니 법이라니 90

마쓰시마 유람선에서  92

땅끝 마을에는 93

소리를 전시하다 94

녹산 등대 95

 

촛불은 혁명이다 96

e-편한 세상이 되었는가 98

꽃 100

 

에필로 

해 설


홍용희  “젓갈” 혹은 견인과 초극의 미의식을 위하여  101

 

 

 

❚시인의 말❚


 

시인의 말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이다. 세 번째 시집을 묶는 동안 세월호 참사부터 백남기 농민의 사망, 촛불 시위에 이르기까지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족들과도, 세상과도 잘 화해하지 못했다. 불온한 생각들이 들끓었고 자학하는 날들이 많았다. 흔적 없이 사라지려는 진실에 온 산하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신음했다. 괴물 같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영령에게, 지구상의 고통받은 모든 사람에게 미안하다. 서정시를 쓸 수 없는 시대란 없다.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개구쟁이의 얼굴을 한 햇귀처럼 환한 서정시를 쓰고 싶다.

 

 

2018년 봄, 송화마을에서

김완

 

 

❚시집 속의 시 한 편❚


 

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

 

 

고흥군 외나로도 봉래면 상록수림

 

큰골이라 불리는 신금마을에 까마귀가 운다

가파른 산비탈 위의 무덤 한 기

다음 생을 준비하는 흔적 여기저기 보인다

남아 있는 시간 빠르게 차오르는 밀물에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마는 세월

텅 빈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다

금일면 동송항에서 제선 작업하는

초로의 사내 초행길 여행객들에게

‘무엇하러 왔냐’고 묻는 말꼬리가 사납다

먼저 핀 동백꽃이라고 아픈 사연 없겠는가

녹동항 식당에서 사라진 우리들의

은유와 상징은 누구에게 갔을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 없다는 말,

왜 그 말을 우리는 두려워하는가

섬의 뼛속까지 내려가 살면 되지

 

아침저녁 들고날 때의 풍경은 다른 법

피지 못한 꽃, 물에 잠긴 어린 영혼들

볼 수 없는 바닷속에는 어린 별들이 산다

 

 

 

 

❚펴낸곳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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