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스쳐 갈 때 - 정 미 시집 (상상인 시선 019) 추천글 정미 시인의 시는 생활의 통점痛點을 잘 짚어낸다. 어두운 실내가 갑작스런 빛에 소스라쳐 놀라며 깨어나는 것처럼, 삶의 이면에 가려지거나 잠들어 있던 일상의 편린과 사물들이 짙은 페이소스의 그의 언어 앞에 그 고단하고 위태로운 내면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 곳곳에 나지막한 비명이 스며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삶의 엄살이나 푸념으로 들리는 게 아니라 넘어진 현실을 일으켜 세우며 사물을 새롭게 호명하는 시의 기척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에는 “약육강식의 폐허”와 “좀처럼 오지 않던 희망들이/눈사태에 파묻힌” 절망의 날들도 있지만 “행복하다 말하며 글썽이는 강물”도 흐른다. 전자를 말할 때 그의 시는 예민하고 통렬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