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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쇠똥구리 씨에게 말해야지- 송창현 시집

뉴욕코리아 2021. 11. 23. 02:54

쇠똥구리 씨에게 말해야지- 송창현 시집 ( 리토피아포에지 118)

 

1. 저자

 

송창현 시인



송창현 시인은 2021 리토피아 로 등단했다. 시집 와락, 능소화’,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신진예술인 창작지원금(창작씨앗) 수혜.

 

 

 

 

2. 자서

 

시인의 말

 

 

선생님이 지평선 끝에 한 송이 꽃으로 앉아 계신다. 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 멀리 간판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다. 소년은 희로애락이 혼자 사는 것인지 궁금하다. 암자에 오르니 풍경이 묻는다. 내가 너를 못 본 것이냐, 네가 나를 못 본 것이냐.

 

 

좌선과 무술 요가가 일기를 쓴다. 그날 저녁 내내 불쏘시개로 일기장이 탄다. 활활 타는 종이들 속으로 공부하던 장면들과 숨소리도 발소리도 남기지 않고 가로질러 간다. 머릿속에 폭폭 박힌 갈증을 해소하려고 전국을 장돌뱅이로 돌아다닌다.

 

 

곁에 있던 역마살이 잠시 숨을 돌린 날이다. 잔잔한 아쉬움이 파도가 되고, 불꽃 가슴이 내가권 팔괘장과 태극권을 만나 두문분출한다. 쉬지 않고 온 길에 얻은 것은 몸이 스승이고, 학생은 자세와 동작으로 올라가지 않고, 공부는 의식 속 뿌리로 쏟아진다.

 

햇살 환한 날 시가 눈동자를 뚫고 들어온다. 갑자기 머릿속이 꽉 막히고 안개가 빤히 쳐다본다. 글은 새겨지지 않고 날아간다. 먹먹함이 가슴을 건너지 못하고 걸터앉는다. 시를 입 안 가득 깨문다. 문장과 시들이 의식 속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새벽 그림자가 춤춘다. 향기가 그늘 아래에 바싹 붙어있다.

2021년 여름

송창현

 

 

 

 

3. 목차

 

1

 

여름밤을 바느질하다 15

봄빛, 봄비 16

산중 보름달과 가슴앓이 17

3월의 참새들이 18

고모리 욕쟁이 할머니 19

터지도록 노래 부른다 20

쇠똥구리 씨에게 말해야지 21

외가댁 동백 22

한 점 23

바람 타령 24

천지빛깔 달고나꽃 25

작은새 26

바늘귀에 꽃 피우는 남자 27

옆집 개로 태어나다 28

엄니 머릿결 30

섬집 찔레꽃 31

집으로 가는 소리 32

뭇별이 만나는 거울문 33

꿈이 향기로 살자 향기가 꿈인 척 산다 34

사막에 불시착 37

 

 

2

 

, 거짓말 잘하는 선생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41

물방울이 둥을 긁어주고 가면 42

창끝에 향기가 춤춘다 43

작은 다락방에 가족들이 있다 44

농부를 찾아온 무지개 45

말하는 고향에 살아요 46

일만 개 손을 펼치다 48

살맛 나네 접촉사고 49

사과에 빠져드는데 50

곧게 핀 장미 51

낮이고 밤이고 본전이다 52

젖은 나무 53

영감님 탓 54

연못에 상처 한 송이 55

날마다 떠들썩 56

나사 57

수탉이 피우는 붉은 꽃 58

감을 못 잡는다 59

바람꽃 따라 60

눈물 마술사 61

 

 

3

 

빨랫줄 참새들 65

아카시아 66

나의 잘못 67

, 속다 68

제비꽃 반지 69

김밥꼬리 70

국수가락꽃 71

눈물샘 72

참새와 아침 73

올가미 얼굴 74

임자 75

눈물꽃 76

갈꽃 77

심마니 청년 78

헛말 79

늦바람 80

일도*가 던진 말 81

불법주차 82

상상 더하기 83

바이러스 돌아온 날 84

큰 웃음소리 85

 

 

4

 

게으른 미스 김 향기 89

시끄러운 해 90

밥이야 보리야 91

품안 92

사연 93

십이월 꿈 94

삐걱삐걱 95

졸졸졸 96

바스락 97

사오정 알레고리 98

엄니야 99

여름밤 소년 100

몸에 지구 나이가 산다 101

102

치마 입은 꽃 103

두 소년 104

구두가 할 일 105

박스 할머니 106

나비가 꽃바람을 타야지 107

 

 

해설/박완호 사물(자연) 존재와의 교감에서 우러나는 해학 짙은 서정

송창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읽고 109

 

 

 

 

4. 평가

 

송창현 시인의 시들을 처음 마주하는 동안 선뜻 떠오른 느낌은 고전풍의 정형률에 가까운 리듬감과 의성·의태부사의 잦은 구사인데, 정형률을 띤 리듬감이 그의 타고난 동시적 감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음성상징어의 빈번한 사용은 그의 시선이 사물(자연)의 내부를 향해 파고들려 하기보다는 사물(자연)의 외면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주목하려 든다는 것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물(자연)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대신 세계의 경계에서 주춤거리는 듯한 시인의 태도는 삶에서 순간순간 마주치는 다양한 사물(자연) 존재가 풍기는 인상을 짧은 시간에 간파해내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화자의 시선이 사물이나 세계의 외면에만 머물지 않고 안 보이는 어딘가에 은밀하게 깃들어 있을 무언가를, 한발 더 나아가 자아의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자아의 진짜 얼굴을 발굴해내어 그것을 자기만의 육성肉聲으로 써내는 지점까지 다가가기에는 다소 모자람이 엿보이기도 한다. 연못에 상처 한 송이 같은 시를 통해 시인이 추구하는 시의 뜻깊은 열매를 맺어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지만, 장단점을 동시에 내포한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담아내는 일은 그가 앞으로의 시작 과정을 통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매 순간 자아의 안팎에서 마주치는 존재들과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눠가며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려는 치열한 시 쓰기 과정을 자산으로 삼아 자신이 지닌 사물(자연) 존재와의 남다른 감응 능력과 특유의 해학성을 극대화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박왐호(시인)의 해설에서.

 

 

 

 

5. 작품

 

여름밤을 바느질하다

 

 

 

 

낡은 주걱이 솥단지를 긁는다. 부엌문 위 시계 초침 소리가 할머니 등으로 파도친다. 늦은 여름밤 할아버지 등줄기가 구불구불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땀방울을 업고 오는 소리에 할머니 눈망울이 보일 듯 말 듯 쫓아간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온종일 짊어진 등을 감싸 안는다. 밥상머리에 하루가 들릴 듯 말 듯 백 년을 이어간다.

 

 

한밤 휘어진 등으로 드르렁드르렁 울리는 것은 뼈아픈 속사정이다. 아무에게나 들려주지 않는 호젓한 인생길이다. 밤새 듣다 보면 할아버지 등줄기에 달빛 여인네가 담겨있다. 할머니 등줄기에 햇빛 남정네가 담겨있다.

 

 

별무리 내려앉은 옆자리에 주걱이 잠들었다. 새벽 콧방울 소리가 시계 초침 소리를 넘는다. 여름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줄기 마디마디를 꿰어간다. 지상에서 해와 달이 마주 보던 잠을 자던 향기가 바느질을 멈추지 않는다.

 

 

 

 

 

 

 

 

봄빛, 봄비

 

 

 

 

봄빛이 세상을 가로질러 심장 떨리게 가지를 부른다.

밤새 꽁꽁 언 기다림이 신비로운 목소리에 얼굴을 내밀고,

봄빛 보드라움이 흰 눈 속을 파고들어 수 만 번씩,

 

 

톡톡톡,

 

 

천년 바다 구름이 봄비를 뿌리며 연두를 깨운다.

어미새가 우는 둥지에 그리운 생이 목마름을 달래고,

봄비가 겨울 머금은 가슴을 쓸자 검둥아기새들이,

 

 

포르르,

 

 

 

 

 

 

 

 

산중 보름달과 가슴앓이

 

 

 

 

그가 산중 보름달과 가슴앓이다. 독경 소리에 묻히지 않는 풍경 소리 따라 앓음앓음 살얼음을 가르고 한 줄 물소리로 흐른다.

 

 

우듬지 속잎을 다 떨군 날 가슴에 청진기를 댄 의사가 상처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단다. 가슴앓이가 피운 붉은 꽃, 모진 속을 듣게 해주는 보살꽃, 저잣거리 나온 빈 가슴이 불붙은 몸살을 공양 받는다.

 

 

바위자락을 오른다. 가슴이 수묵화를 꽉 잡는다. 붉은 꽃이 화르르 마중을 나온다. 비우기만 하던 그가 불꽃과 함께 대상포진 속으로 뛰어든다. 가슴앓이가 오래도록 홧홧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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