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에서 만납시다 - 진혜진 시집 (상상인시선 021) 추천글 진혜진의 첫 시집은 ‘사랑’의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사랑’을 상상하고 실천하고 꿈으로 각인해가는 불가항력의 과정을 담은 격정적 고백록이다. 그 세계는 때때로 실존적 비애나 결핍의 악몽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시인은 그 장막을 뚫고 자신만의 시적 진실을 하염없이 노래해간다. 가령 시인은 “당신이 없으면 숲은 파국”이라는 선언 속에서 2인칭을 애잔하게 부르면서 “말없이 오지로 떠난 이름”이자 “불빛에 비쳐 사라진 이름”인 “너의 기억을 모으는” 조향사調香士 역할에 진력하고 있다. 물론 그때 시인은 비로소 사랑이 “어디론가 흘러갔다 다른 이름으로 찾아오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고 “얼룩의 심장이 부풀어”오르는 존재증명의 정점에 서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