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가 있는 오후 - 김소희 시집 (시산맥 시혼시인선) [추천글] 김소희 시인은 작별의 밀사이다. 무언가에게 안녕을 고하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지 어찌 삶에 밀착되어 있는지 또한 어떻게 창조의 근원이 될 수 있는지를 은밀하게 알려준다. 그의 균형 감각은 헤어짐의 과정에 파생하게 되는 고통과 혼란뿐만 아니라 그 의미와 가치도 바닥의 깊이까지 파고든다. 동그라미 역학에 의존하는 포용과 균형의 감수성에서 작별의 수사는 이별의 감상을 다루는 여타 시들과 엄연히 구분된다. 작별은 상충하는 여러 감정들이 병존하는 복잡한 경험이다. 냉정한 판단, 피할 수 없는 후회, 따뜻한 포용이 소용돌이치는 낯선 영토에서 김소희 시인은 자신의 작별에 고유한 수사와 서사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의 시가 인도하는 작별의 영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