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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서울, 딜쿠샤 -전장석 시집(상상인 창작기획시인선 003)

뉴욕코리아 2021. 4. 9. 12:20

서울, 딜쿠샤 -전장석 시집(상상인 창작기획시인선 003)

 

추천글

 

전장석 시인이 마음에 그린 이 새로운 지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삭막한 도시 서울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이제 우리가 그의 시를 공들여 읽은 이상 마음에 한 번도 이상향을 품어보지 못한 채 사는 삶이란 또 어떤 의미가 있겠는지 묻지 않기도 지극히 어려우리라.

전장석은 어떤 것이 위의를 띤 삶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자꾸 헤매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 사람 좋게 따뜻하기만 한 시집에 내가 진 탓일까. 자꾸 골목 안이 궁금해지는 것도 그 탓일까.

 

_ 장이지(시인) 해설 에서

 

 

저자 약력

 

전장석

 

2011 시에 등단

 

시집 『서울, 딜쿠샤』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한국경제신문 재직

 

 

이메일 saka@hankyung.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saakaakk

 

 

 

 

시인의 말

 

이것은

서울이라는 자궁 속에서 그린

무형의 지도다

손이 아니라 발로 더듬거린

어떤 거처에 대한

독백이다

시간의 금줄을 밟은

장소가 객사한

어느 날의 꿈속 이야기다

 

2021 4, 전장석

 

 

 

 

 

시집 속의 시 한 편

 

서울, 딜쿠샤

 

 

*

그가 왜 거기서 허름했는지, 묵시默示가 쥐들을 불러들이고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폐허로 자라온 비문碑文

외벽 없는 바람에 안부를 의탁한 적 없다

그는 애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이었고

커다란 은행나무 때문이었고

벽안의 신혼부부가 살던 보금자리였으므로

 

*

이역에서 금맥을 찾던 알버트는

어느 날 낡은 타자기에 제 삶을 굴착하기 시작했다

바윗덩이 같은 어둠에 짓눌린 나라

캄캄한 갱도 속에서 길을 잃은 식민들

그의 타자기는 한동안 멈추지 않았고

외신이 전한 그날에야

그가 사라진 이유처럼 모든 일들이 명백해졌다

 

*

알버트 부부가 살던 붉은 벽돌집은

아내의 목에 걸어준 호박목걸이를 기억하듯

러크나우 궁전의 맹세를 떠올리듯

망각의 세월로 다져온 그들의 꿈을 오롯이

지켜온 이 땅의 또 다른 주인이 살고 있었고

 

*

몇 백 년 후의 일들을 예감했기 때문일까

장군이 심은 은행나무는 나날이 비장했다

노란 잎들이 마당에 암호처럼 쌓이자 알버트는

마침내 함성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낮달처럼, 장군의 눈썹은 높이 휘날리고

 

*

자신의 요람 밑으로 불쑥 선언서가 들어오자

울음을 멈추던 갓난아기는 어느새 노구가 되어

아버지의 유언장을 펼쳤다

 

알버트 테일러가 이 땅에 남긴 단 하나의 문장-

갑옷의 은행나무는 끊임없이 은행잎을 피우고

붉은 벽돌집엔 달빛이 은은하리라

 

*

양화진 묘지에 잠든 알버트 부부는 자신들의

비문에 새긴 마지막 문장을 고치고 있다

 

강변의 물살처럼 눈을 감을 수 없네

햇살이 너무 눈부셔 노래를 멈출 수가 없네

 

그의 헌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므로

 

 

 

차례

 

1

 

BOOK아현 _ 019

만리동 책방 만유인력 _ 020

서울스퀘어 _ 022

가온다리 _ 024

개정판 강풀 만화거리 _ 026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팥빙수 카페 _ 028

겨울 무쇠막생고기집 _ 030

겨울, 남산길 _ 032

경리단길에서 식사하는 법 _ 034

경희궁을 산책하는 법 _ 036

광희문에서 출발한 순성巡城 놀이 _ 038

금고리 슈퍼 _ 040

긴고랑길 내려오며 _ 042

나폴레옹제과점 _ 044

발산이라는 동네 _ 046

낙원삘딍 _ 048

개운산이 어디 있지? _ 050

 

 

2

 

산수갑산 아바이순대 _ 055

내시네 산 _ 056

눈 내리는 충무로 인쇄골목 _ 058

답십리 _ 060

대림동 중앙시장 돌아보기 _ 062

명동에서 줍줍 _ 064

손기정 공원의 모과는 오늘도 달린다 _ 066

모래내, 2015 _ 068

문래동에는 사나운 짐승들이 산다 _ 070

난곡동에서 죽음의 방식 _ 072

상계동올림픽 _ 074

성내동 오케이바둑학원 _ 076

성수동聖水洞, 그 세상의 바깥 _ 078

수색역을 지나며 _ 080

미아리텍사스 약사藥師 이미선 씨 _ 082

셔블 _ 084

사직공원 _ 086

 

 

3

 

을지로 오구반점五九飯店 _ 091

신설동 골목 _ 092

아직도 봉천동에 사세요? _ 094

아현동 가구거리 3 _ 096

애오개 _ 098

아현역 나빌레라 갤러리 _ 100

연신내 _ 102

무계정사武溪精舍길을 걸으며 _ 104

오쇠동 풍경 _ 106

옥바라지 여관 골목 _ 108

왕십리 _ 110

창신동에서 있었던 일 _ 112

세검정洗劍亭에 대한 단상 _ 114

수진궁壽進宮길 걷다 _ 116

연희동 _ 118

이태원 약사略史 _ 120

정동 거리의 피아노 _ 122

 

 

4

 

후암동 108계단 _ 127

종로5가 진미육회 3호집 _ 128

중곡동 가구거리 _ 130

신설동 붕어빵 가게 _ 132

아현동 재개발단지 _ 134

중림동 어시장 2 _ 136

창경궁 회화나무 _ 138

천호대교를 지날 때 _ 140

청계천 연가2 _ 142

카페 바람드리 _ 144

푸른 언덕靑坡에 올라 _ 146

합정동에서 누군가를 만난 적 있다 _ 148

서소문공원전 _ 150

밤섬栗島 되찾기 _ 152

흑석동 비사秘史 _ 154

서계동 _ 156

서울, 딜쿠샤 _ 158

 

 

해설 _ 장이지(시인) _ 163

마음의 지도, 골목 안 서울 답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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