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상인신춘문예 시 당선자 ,박재우 당선작 _ 배럴아이 외 4편 심사위원 _ 김기택 마경덕 배럴아이 나는 자꾸 몸을 웅크립니다 밥 먹을 때에도 굶을 때에도 책을 볼 때에도 태아가 된 기분이어서 나는 나의 자세가 좋습니다 네, 물속입니다 심해어죠 감춰놓은 마음이 훤히 보이도록 투명하지만 여긴 너무 어두워 검은 물고기라 불러도 빛 속에서는 나를 볼 수 없을 테니, 그런 별명이 무척 맘에 듭니다 나 밖에 없는데 내 생각 밖에 없는데 혼자가 아닌 세상, 일인칭은 이인칭의 부제 같아, 몸을 웅크리면 당신 냄새에 배꼽이 간질거려 배꼽을 후벼팝니다 배꼽이 사과처럼 익습니다 고름이 맺히면 썩은 사과에서 사과나무가 발아하듯 나는 나를 발아할 수 있을까요 나는 지하철 계단을 좋아해요 나는 쉽게 사라질 수 있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