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어떤 방인가-김근열 시집 제38차 기회시선 공모 당선시집 [추천글] 나는 김근열 시인이 벚꽃 길을 걸으면서 쓴 시가 좋다. 땅을 걸어 다니다가 어느 순간 발이 땅에서 떨어져 허공을 걷는 시, 꽃길을 떠다니는 시, 천국 같기도 하고 저승 같기도 한 시, 마음이 캄캄한 시. 그러다 현실에 걸려 넘어져 다시 땅에 발을 딛는 시가 좋다. 나는 김근열 시인이 가족일화를 쓴 시가 좋다. 아흔에 가까운 아버지가 늙은 아내와 자식 앞에서 자신의 엄마 곁으로 어서 보내 달라고 엉엉 우는 시가 좋다. 처마 아래 물웅덩이에서 물종을 치는 우기가 되면, 저수지에 빠져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가 실성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시, 밤새 시를 쓰다 폐지로 버린 원고 뭉치가 다음 날 아침 옆집 목련나무에 흰 꽃봉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