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도둑 - 오봉옥 (시작시인선 0539)
신간 소개
오봉옥 시인의 시집 『나비 도둑』이 시작시인선 0539번으로 출간되었다. 오봉옥 시인은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섯!』, 웹툰시집 『달리지 馬』, 산문집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 동화집 『서울에 온 어린왕자』, 비평집 『시와 시조의 공과 색』 『김수영을 읽는다』 등이 있다.
오봉옥 시인은 이번 시집 『나비 도둑』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랑’에 대한 질감이다. 그 질감은 토담을 만지듯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을 일으키는 시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오봉옥의 초기 작품들은 민중적 토대 위에서 줄기를 뻗었다. 시대가 변하고 사상이 변해감에 따라 시적 양상도 변모하는데 그것은 타자에 대한 사랑이 사물과 비사물 인간과 그 관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상으로 확대되고 다양한 감각으로 노출된다. 존재에 대한 세계와 세계에 대한 존재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시적 자아는 삶의 실천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시인은 분열과 갈등에서 화합과 친밀성으로 더불어 융화되고자 한다. 그것의 핵심은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보편적 삶이다. 그가 맨발로 일구어내는 황토밭의 시적 풍경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인간은 모두 흙에서 났기 때문이고, 흙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 오봉옥 시인은 돌아갈 곳을 잃은 영혼들에게 기꺼이 마음의 안식처를 내어줄 것이다.
추천사❚
시인 오봉옥의 근작 시들이 품고 있는 화두는 ‘깊어진 마음(修心)의 기화氣化’로서의 시 쓰기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시의 참된 이치가 따로 시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른 기운을 닦는 시인의 ‘성심’과 뗄 수 없음을 알려 준다.
근래 오봉옥의 시에선 수심修心을 통해 조화造化의 기운을 불러들인 흔적들이 산견된다. 그의 시에서 일상日常과 시상詩想은 서로 꾸밈없이 연결되고, 시의 안과 밖이 막힘없이 통하기 일쑤다. 가령, 「고시레라는 말」 「어무이, 어디 가시요?」 「기울긴 허는디」 「열무 쌈」 등 여러 시편들에서 시심詩心과 세속적 일상은 한 기운[一氣]의 조화 속에서 서로 통함을 보여준다. 특히, 시 속에서 들려오는 날목소리들은 시가 스스로 조화의 기운을 일으키는 묘력으로서 작용한다. 시 안팎으로 조화의 기운이 통하는 시 쓰기는 시 「거풍을 하다」에서 ‘책을 통풍하는 일’에 비유되기도 한다.
민심이 천심이듯이, 조화의 기운과 능히 통하는 시 쓰기는 기존 좌우의 이념 또는 숱한 이론들을 두루 넘어서 종국에는 시심의 본연이 민심의 모심[侍]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민심과 민생 안에서만이 시라는 존재는 ‘쓸모 있는 생령’으로 살아나는 것이니, 시의 쓸모라는 것도 ‘이 땅의 혼’이 낳은 민심 민생과 따로 분리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시인 오봉옥의 근래 시들은 이념이나 이론들을 멀리 물리고 민심과 시심이 둘이 아닌 시 정신을 향하는 듯하다. ‘(천지인) 조화’의 시 정신으로서 ‘중도中道’와 민생과 하나를 이루는 시의 ‘쓸모[實用]’를 고민하는 것이다.
‘도랑에 든 소’가 양쪽 언덕의 풀을 뜯어 먹듯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세계관을 비유한 시 「도랑에 든 소」는 시인 오봉옥이 탐구하는 ‘중도적 실용의 시 정신’의 상징적 표지이다.
― 임우기(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오봉옥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섯!』 웹툰시집 『달리지 馬』 등, 산문집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 동화집 『서울에 온 어린왕자』, 비평집 『시와 시조의 공과 색』 『김수영을 읽는다』 등.
영상시문학상, 한송문학상 등 수상.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문학의 오늘』 편집인.
차례
제1부
기울긴 허는디 11
이것이 중도랑께 12
나비 도둑 13
열무 쌈 14
거풍을 하다 16
어무이, 어디 가시요? 18
고시레라는 말 20
아버지의 목마 22
시굿 24
사랑이라는 등불 26
노숙자 예수 27
나는 차마 주인을 부르지 못했네 28
판테온 신전 30
삶과 죽음은 하나 3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33
단테의 나라 34
가로등을 끄는 이유 35
곤돌라 인생 37
경차의 나라 39
화폭에 깃든 복종 40
플라타너스 천국 41
죄를 짓는 일 43
제2부
발자국 하나 47
사나이 노무현 48
1992년 가을 52
사전에 올림말 추가하기 53
사투리 비빔밥 56
어른애와 늙은아이 57
풀바다59
달을 베어 문 늑대의 이야기 60
늑대가 울어 61
시란 62
내 것 64
개벽의 하늘 66
회통 68
전선야곡(電線夜曲)70
나비와 우체국 72
나무가 된 시계탑 74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이유 76
이사 78
제3부
세상을 뒤집어 보면 81
훔치다 82
엇 84
고상할 권리 86
밥 짓는 시간의 탐험가 89
스며든 시간 90
추억을 밟는다 92
일심 94
효자 임영웅 96
말은 이제 내 안을 걷는다 98
꽃의 죽음100
새의 마음102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집 103
우리가 사는 세상 104
비애증飛愛症 106
그림자를 대하는 여섯 가지 방식 108
네가 좋아서 110
보고 싶다 111
해 설
송기한 자아를 찾는 길과 나아갈 길
시인의 말
내 인생의 칠할을 시와 함께 걸어왔다.
시는 아내보다 더한 잔소리꾼이어서
나를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등단 40년.
그 오랜 시간에도
시적 성취라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면,
그건 아직도 내 문학적 수행이
미진하다는 뜻일 것이다.
오래 시를 쓰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날 문득 내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더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나만의 작은 밭을
묵묵히 일구며 살아가고 싶다.
문학에 대한 고민을 늘 함께 나눠주시고
표4 글까지 써 주신 임우기 선배님,
이 어려운 시기에 시집을 만들어 주신 이재무 선배님,
해설을 맡아 주신 송기한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시집 속의 시 한 편❚
기울긴 허는디
울엄니 돌아가시기 전까지 죽어라고 했던 말
기울긴 허는디,
누가 김장했다고 김치 한 포기 들고 오면
이짝이 기울긴 허는디 이거라도,
고구마 두어 개 신문지에 돌돌 말아 슬그머니 내밀었지
내 결혼할 때 사돈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기울긴 허는디, 우리 새끼 자석으로 생각해 주시고,
당황한 사돈 두 손 내저어도 고개 깊이 수그렸지
어느 날 울아부지 훌쩍 먼 길 떠나자 영정 사진 앞에서
당신에 비허면 기울긴 허는디, 나도 당신 사랑혔소,
에고, 난생처음으로 속마음 한 자락 꺼냈지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 큰 가르침 없었지
내가 좀 기운다 생각하면 누구와 싸울 일 없지
상대를 모시는 마음 절로 생겨 배우고 또 배우게 되지
시작시인선 0539 오봉옥 시집 『나비 도둑』
B6(신사륙판)/ 136쪽/ 시작시인선(세트 0539)
2025년 7월 25일 발간/ 정가 11,000원
ISBN 978-89-6021-815-4 04810 / 바코드 9788960218154 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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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도둑 - 오봉옥
나비 도둑 - 오봉옥 작성자: 신간도서 조회: 77 등록일: 2025-07-22 나비 도둑 - 오봉옥 ( 시작시인선 0539) . 신간 소개 오봉옥 시인의 시집 『 나비 도둑 』 이 시작시인선 0539 번으로 출간되었다 .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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