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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몹시 - 유현숙 시집 (상상인시선 20)

뉴욕코리아 2021. 5. 26. 14:11

몹시 - 유현숙 시집 (상상인시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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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봄날을 건너간다. 그러나 찬란하지 않은 봄날을 찬란하게 사라지는 시간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떠나가지만 아니 떠나가기에 우리의 삶은 여전히 찬란함을 안다. 잃어버린 것은 상실이 아니라 바로 봄날의 찬란함이었기에 그 찬란함에서 슬픔을 읽고 또 하나의 생성으로 가는 소멸을 바라본다. 유현숙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유현숙 시의 소멸하는 생성과 슬픔이 기어이찬란하게 빛날 것이라 믿는다.

_전해수(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유현숙

 

유현숙 시인은 2001년 『동양일보』2003문학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서해와 동침하다』 『외치의 혀』 『몹시』가 있다. 기획 출간한 에세이 세상의 존귀하신 분들께』(유현숙 외 28공저)가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았다. 10<미네르바작품상>을 수상하였다.

 

wishyhs@hanmail.net

 

 

 

시인의 말

 

소리를 잃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들을 수 없는 갈증과 우울과 기다림을 만 가지 천으로 조각조각 이어 붙여 바느질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든 비단 조각보 한 장을 제게 주었습니다.

나는 그이의 조각보를 가까이 두고 자주 들여다봅니다. 덧댄 천 조각에서 소리를 잃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건너온 시간들을 돌아봅니다.

나는 마더였고,

700년을 가라앉은 폐선에서 잠자는 기다림이었고, 첫눈이었고 게르의 문 앞에서 서성이는 잠 못 드는 여자였고, ! 절창의 한 편 얻고 싶어 목숨 내놓고자 하는 흥정꾼이고, 어디에도 닻을 내리지 못한 떠돌이였을까요.

 

시인이 걸어온 의 편린들을 덧댄 이 시집이 누군가 가끔 들추어 보기도, 덮어주기도 하는 그런 조각보가 될 수 있을지(시의 위의가 어찌 조각보에 견주랴 하겠지만)

 

바람이 찹니다. 문을 닫고 돌아앉아 150년도 더 된 먼 지난날에 라인강에 투신을 기도하기도 했던 슈만을 듣습니다. 누구나 한두 번 뛰어들고 싶었던 절망의 시간 있었겠지요.

150년을 함께 하자던 그대 당부가 아직도 유효한지 묻습니다.

 

20215

유현숙

 

시집 속의 시 한 편

 

 

유월의 관능

 

 

그랬다 선착장은 멀고

먼바다 저편에는 먼 섬이 있다

신도는 저기

시도 거쳐 모도까지 섬에서 섬은 저만큼 떨어져 있고

떨어져 앉은 저만큼 먼 물길 건너서 닿은 섬

섬은 그랬다

바람이 붉고 해당화가 적적한 햇볕이 더운 땅에

좁고 가파른 오르막과

햇살이 미끄러지는 경사와

불쑥 내민 모퉁이와

수상하게 조용한 한나절과

한가한 거기에

늘 그렇듯 노르메기*가 있다

 

그랬다

가리지도 않고 쪼그리고 앉은 여자의 깊은 곳에

물빛 푸른 바다가 고이기도

여자남자는 겹쳐져 있기도

슬픈 남자가 슬픈 여자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기도 했다

여자 위에 얹힌 남자의 등허리 위에

한낮의 태양이 누워 있다

 

탕 뫼르소**의 총소리가 들리고

 

바다는 그랬다

남자와 여자는 그랬다

외설과 관능과 미학의 상관관계와 대낮의 햇볕과

더운 대기 사이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여자와

완벽하게 벗은 남자의 사이에서

바다는 입 다물고

짙푸르다

하늘과 바람과 시간과 물빛이 제각각의 체위로 흔들리는

거기 어디에

당신 있었던가

 

길은 바다로 떨어져 내리고 나는 벼랑 끝에서 돌아선다

유월의 그림자가 길게 일어서는

섬의 끝

 

, 뫼르소의 마지막 총소리가 들린다

 

 

 

*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는 모도의 끝자락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차례

 

 

1부 이별에도 이 별에도 없는

 

 

머큐로크롬 _ 019

찬란 _ 020

한하운을 읽는 밤 _ 022

빗소리 _ 024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_ 026

유월의 관능 _ 028

연분홍치마 랩소디 _ 031

대설 _ 034

노스탤지어 _ 035

설렘 _ 036

여수에서 해봤다 _ 038

길을 잃고 쓰는 백 년의 편지 _ 040

노목 _ 041

어떤 타투 _ 042

우리 이웃, 구억 _ 044

 

 

 

2동백목림에서 만나는 은유

 

여옥의 노래 _ 049

미황사에서 _ 050

아침 숲에 들다 _ 052

가을 이야기 _ 054

은하의 전설 _ 056

붉다 _ 058

자미화 그늘 _ 059

고택에 앉아 _ 060

7번 국도 _ 061

클림트의 달빛 _ 062

겨울 무창포 _ 064

연어 _ 066

여름 무창포 _ 067

비로소 한 수유의 적막에 물들다 _ 068

비계산 설화 _ 070

 

 

 

3부 사과나무 아래서 쓰는 편지

 

 

매화 _ 075

열차에서 내린 달빛 _ 076

팩시밀리 15 하나우마베이 _ 078

팩시밀리 16 - 그리운 섬 _ 079

서쪽마을에 닿은 엽서 _ 080

별 돋는 저녁 꽃 핀 사과나무 아래서 _ 082

동쪽이 아프다 _ 083

의자 _ 084

빈 터 _ 085

앓음을 통과 중입니다 _ 086

북향집 _ 087

찻물이 끓는 동안 _ 088

나를 토렴하다 _ 089

바다이구아나 _ 090

 

 

 

4부 베를리오즈를 들으며 봄날은 간다

 

 

베를리오즈를 듣는 새벽 _ 095

아버지의 도감 _ 096

만가 _ 098

일몰증후군 _ 100

감꽃 이야기 _ 102

시간의 정원 _ 104

어떤 이유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_ 105

진짜배기 _ 106

불면 _ 108

고수부지 _ 109

새벽 봉암사 _ 110

옛 왕국에서 _ 112

무명시인의 주소 _ 114

패닉 _ 115

마더 _ 116

 

 

해설 _ 전해수(문학평론가) _ 119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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