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신발-이정모 시집 (천년의 시작)
❚신간 소개 및 출판사 서평❚ 2007년 『심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정모 시인의 시집 『허공의 신발』이 시작시인선 0275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생生’과 ‘사랑’을 주제로 한 시편들이 주를 이룬다. 시인은 사랑에 서툴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배우지 못했으며, 사랑 때문에 아팠다고 고백하면서도 삶에서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노라고 노래한다. 이는 생을 부단히 생성하고 지속시키려하는 ‘생철학’의 면모와 닮아있다. 해설을 쓴 맹문재 문학평론가는 이정모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하여 “베르그송은 직관에 의해서만 의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의식의 존재를 강조하고 내면의 지속을 추구한 것이다. 인간은 살고 있음으로써 변화하고 변화함으로써 지속하는 존재이다. 그리하여 삶의 밑바닥에는 고정적이고 정적인 것이 아니라 운동성과 시간성과 지속성이 부단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와 같은 베르그송의 생철학이 이정모의 시 세계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했다. 맹문재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생生’과 ‘사랑’만이 이 세계의 전부라 여기며 생 자체를 가슴에 품고 바람직한 인간의 길을 걸으려는 이정모 시인의 시적 태도는 베르그송의 생철학과 뜻을 같이 한다. 예컨대 이번 시집에서는 지난 시간의 삶이 비록 비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나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시적 화자가 있다. 자신의 생애를 긍정하고 미래의 시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화자의 세계 인식이 곧 생철학의 시학인 것이다. 표4를 쓴 최영철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하여 “이정모 시인의 시는 정처 없는 것들이 만나고 헤어지면서, 떠나고 지나치고 흘러가며 남겨 놓은 여러 무늬들을 보여 주고 있다. 적막, 고요, 침묵, 여백, 어둠과 같은 복병들이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어서 때로 그것들을 떨치며 때로 그것들과 벗하며 나아가는 긴 여정이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시인은 무수한 존재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생生’과 ‘사랑’이 현존하는 세계를 위하여 끝없이 정진한다. ❚추천사❚ 이정모 시인의 시는 정처 없는 것들이 만나고 헤어지면서, 떠나고 지나치고 흘러가며 남겨 놓은 여러 무늬들을 보여 주고 있다. 적막, 고요, 침묵, 여백, 어둠과 같은 복병들이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어서 때로 그것들을 떨치며 때로 그것들과 벗하며 나아가는 긴 여정이다. 시로 쓴 짧은 시론으로도 읽히는 「풍경의 관계학」에서 시인은 “세상 만물에 어둠이 내려도/ 나는 창 하나만큼의 어둠을 볼 뿐// 내 안에서 가장 잘 익은 것은 침묵이고/ 나의 방은 고요를 잡아 놓은 논배미다 …(중략)… 적막이 내 최고의 추수였으니// 잠시 멈추고 듣자/ 상처로라도 허리 굽히지 말고/ 시詩처럼 읽기만 하자”라고 노래하고 있다. 잠시 길을 잃은 침묵과 어둠이 일으킨 스산한 바람을 시인은 포착했고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고독이라는 끈으로 묶었다. 떠남과 남겨짐, 멀어짐과 무너짐이 할퀴고 간 곳곳의 상처를 위무하고 치유하고자 한 열망이 그의 시와 삶을 지탱하게 한 힘이었다. “일그러지기 싫어 온몸으로 손잡이 만들고”(「이슬」), “잊혀지기 싫어/ 향기를 준비”(「꽃의 반란」)하며 떠도는 물상들을 치유하며 나아간다. 그러므로 그의 시가 퍼트리는 향기는 만방에 퍼져 새로운 생을 열어젖히는 도전과 응전의 신호탄이 되어야 하고 “늦게 오나 이르게 오나/ 햇살과 바람은 아픔이 아니고 기별”(「씨앗」)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영철(시인) ❚저자 약력❚ 이 정 모 강원도 춘천 출생. 2007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기억의 귀』 『제 몸이 통로다』 출간.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고요 13 이슬 14 동백 16 시코쿠를 떠나며 17 지금 18 그냥 꽃 20 꽃의 반란 22 깃털로 버려두고 24 목숨에는 빚이 있다 26 무너진다는 것은 28 파도 요양원 30 이어진 것들은 아프다 32 풀의 집 34 허공의 신발 36 봄볕 38 씨앗 40 제2부 어머니 등대 43 비의 탁본 44 햇살 공양 46 망원경 48 몸 시 50 골목 52 숨구멍이 없다 54 버퍼링 56 그대는 58 마중 60 비듬 62 엽서 64 남은 것들 66 그늘 68 제3부 바람에 다 털리고 71 공중의 화법 72 풍경의 관계학 74 뿔의 속성 76 그 집에서는 78 흘러라, 무심천 80 블루의 침실 82 쉬지 않는 꽃 84 자유인 86 밀어 넣다 88 성공적 여행 90 백 년의 작업 92 나는 슴베였다 94 무게 96 제4부 포옹 101 그네 102 운동장 104 는개 106 틈 108 봄은 현기증이다 110 오지랖 112 뼈 114 매혹을 숨기다 116 궁금하지 않아요 118 기도하는 뿌리 120 사랑을 뽑다 122 사랑도 훈련이 필요하다 124 사랑은 한 번밖에 죽지 않았다 126 염치 128 해 설 맹문재 생철학生哲學의 시학 130 ❚시인의 말❚ 시인의 말 이정못 이정표도 없는 고통이 지금은 적당하다. 무너져야만 끝나는 싸움에서 이기려 저 공사판 먼지를 이끌고 여기까지 왔다. 이 불온한 집들이 사람들에게 비를 막게 해줄까? 집의 팔 할을 타자의 힘으로 세운 주제에 힘들었다 말하는 시인은 구부러진 못이었다. 나의 장도리는 누가 가져갔을까? 한 올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신화의 새벽을 끌고 온 무릎이 사라질 때쯤 시간에 떠밀려 참 어이없는 공사는 철거로 남겨질 것이다. 허공에 대못 하나 박아놓고 허위허위 아버지 불러 걸어두면 히죽히죽 웃는 시인이 허공이다 풍덩 빠져서 끝내 나오지 못할 것이다 2018년 가을, 여운재에서 ❚시집 속의 시 한 편❚ 허공의 신발 죄 중에서 제일 큰 죄는 남의 가슴에 말로 짓는 죄인기라 평생을 욕 한 번 없으셨던 아버지
정말로 화가 나시면 구두 뽀개 신고 마당에 나가셔서 북, 북 소리 내시며 분을 삭이셨다 지금도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속내가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소리인 줄은 안다 세상 파도를 가슴으로 밀고 가던 바다 나는 시리게 떨리던 손이 허공에 물길을 내며 가는 것을 본 것이고 또 어쩔 수 없이 바라본다는 것은 내 맘을 다 나타내는 글이 없기 때문이며 빌어먹을 기적 말고는 가난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후회가 달 밝히는 밤 운동화 뽀개 신고 마당으로 나간다 운동화 끌려 오는 소리가 북, 북 소리를 낸다 아버지, 허공을 신발 끌고 가신다 ❚펴낸곳 (주)천년의시작❚ 주소 (03132)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32길 36 운현신화타워 502호 전화 02-723-8668 팩스 02-723-8630 이메일 poemsijak@hanmail.net 홈페이지 www.poempo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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