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코리아]제3회 상상인작품상 이현호 시인
제3회 상상인작품상 이현호 시인
제3회 상상인작품상에 이현호 시인의 「인간성」이 선정됐다. 상상인작품상은 계간 『상상인』 게재 작품의 문학성을 높이고 시인들의 사기 진작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따라서 제3회 상상인작품상은 2024년 봄호~겨울호까지 수록된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현호 시인은 2007년 『현대시』로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비물질』이 있고 산문집으로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등이 있고 시인동네문학상, 제3회 상상인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심사평에서 이현호 시인의 「인간성」은 “사람이 사람 같지 않”은 시대에 “사람”으로 사는, 또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으로 사는 “시인”에 대한 고백록이자 “인간성”에 대한 지난한 회의의 일기이다. 이 시를 통해 ‘신의 희작’인 인간에게 “교정부호” 같은 눈썹을 밀어버림으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유용과 무용, 표정과 무표정이라는 대위의 틈에 새로운 변화와 정신의 시적 미학을 건축해냈다고 한다. 올해 심사는 황정산, 김효숙, 전형철 세 분이 맡았다. 상상인작품상의 상금은 300만원이며 시상식은 2025년 3월 29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 오후 5시 30분에 열린다.
제3회 상상인작품상 수상작
인간성
내가 이걸 또 하면 사람이 아니다
다짐하고, 다음 날
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람이 사람 같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 다른 동물의 차이점을 고민하다가
눈썹을 밀었습니다
사람 말고는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것은 시 같기도 했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지만
없으면 어쩐지 무표정해지고
여전히 사람같이 말하고 걷는
눈썹 없는 사람
눈썹을 지우면
없는 사람
사람이 아니니
없는
세상을 써 나가는 신이 있다면
필요 없는 글자를 뺄 때 쓰는 교정부호를 내게 그렸겠지요
그러나 끝내 찾지 못한 오자(誤字)처럼
살아서 나는 여전히
그걸 또 하면 진짜 사람도 아니다
없는 나를 그새 없던 셈 치고
사람을 찔러 죽일 수도 있지만 금세 녹아버리는
고드름 같은 결심을 가슴속에 못 박습니다
또다시
까슬까슬 자라난 까만 털을 긁으며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왜
사람의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합니다
무슨 생각하는 동물처럼
수상 소감
제대로 시를 쓰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좀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원고 청탁 같은 외부 요인이 없어도 늘 시를 쓰고 생각하는 내면의 추동력이 떨어진 채로 살았다. 이유야 많다. 나 자신과 시 쓰기와 인간과 사회에 지치고, 좌절하고, 낙담하고, 실망했다. 먹고 사는 일에 치이는 만큼 안주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이런저런 필터가 켜켜이 쌓인 듯도 하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나는 너무 핑계가 많은 무덤 속에 있다. 진짜 문제는 숱한 변명거리가 아니라, 무덤 안에 있는 줄 알면서도 일어나지 않는 무기력함과 안일함과 게으름일 테다. 시와 삶을 바꿀 수도 있었던 시절이 까마득히 멀리 느껴진다. 시와 삶의 균형을 고민하던 때도 지나가 버렸다. 종종 시를 쓰지 않는 삶을 상상해 보는 일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이런 중에 벼락같은 수상 소식을 들었다. 기뻤으나, 기쁨보다도 부끄럼이 컸다. 그렇지만,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는 겸손의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작품이 부족하다고 하면, 이를 선정한 심사위원의 안목을 욕보이는 일일 테다. 다만 응원과 기대의 채찍질로 받아들일 수밖에. 그리고 좀 거창하지만, 라자로를 무덤에서 깨운 예수의 부름 같은 것이 왔다고 믿기로 한다.
올해는 미루고 미루던 시를 쓰고 엮어서 새 시집을 내야지.
이현호
2007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비물질』과 산문집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등이 있다. 시인동네문학상, 상상인작품상을 수상했다.
심사평
일 년 농사를 두고 낱알 하나를 골라내는 일은 배제가 아니라 공생의 방식을 확인하는 일이어야 한다. 130여 편이 넘는 『상상인』의 수록 작품 중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10편이었다. 『상상인』 편집위원회의 공정한 투표를 거친 10편의 작품 앞에서 우리 심사위원들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도록 주먹을 꼭 쥐었다. 시의 작품성보다는 시인의 이름에, 시의 성취보다는 시 밖의 그물에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상을 적잖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미학적 성취와 나름의 개성을 지닌 작품들을 두루 살펴 우리는 최종 세 작품에 주목했다.
여성민의 「나의 아름다운 프랑켄슈타인」, 이범근의 「지아」, 이현호의 「인간성」.
시와 세계, 신과 사랑과 이별의 문리文理를 수집해 미증유의 “아름다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인다라망을 구축한 여성민 시인에게 축배는 마땅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가 서 있는 자리의 점이지대를 생각했고 그 또한 시인의 운명이었음에 내내 아쉬워했다. 상을 나눌 수는 없어도 그 영광은 충분히 나누어야 할 것이고, 그의 시가 맞춤의 자리에서 더 큰 빛을 발할 것이라 동의했다.
이범근의 시 「지아」는 성숙과 소통에 소여된 불확정성에 대해 묵직한 언어와 시적 태도로 심연을 탐침한 작품이었다. 심연의 괴물과 마주한 한 존재의 실패를 감내한 이 시편은 새로운 세대의 시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유척鍮尺이었기에 반가웠다. 심사가 도발과 낯섦의 편에 손을 올렸다면, 그 또한 수상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 틀림이 없었으나 우리는 시간의 너머를 오래 생각했다.
제3회 <상상인작품상>은 이현호 시인의 「인간성」을 편액하기로 했다. 기실 그의 시는 압권으로 본심에 올라왔으며,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세 사람이 마지막에 든 두 패에 공히 거론된 이름이었다. 「인간성」은 “사람이 사람 같지 않”은 시대에 “사람”으로 사는, 또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으로 사는 “시인”에 대한 고백록이자 “인간성”에 대한 지난한 회의의 일기이다. 이현호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신의 희작’인 인간에게 “교정부호” 같은 눈썹을 밀어버림으로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유용과 무용, 표정과 무표정이라는 대위의 틈에 새로운 변화와 정신의 시적 미학을 건축해냈다.
“그것은 시 같기도 했습니다/있으나 없으나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지만/없으면 어쩐지 무표정해지”는 눈썹 인간론을 정립해 시단에 새롭게 제출한 시인에게 마침내 이 상의 영예를 맡긴다. 진중한 주제를 현학이 아닌 낮고 담박한 어조의 고백으로, 인간이란 존재의 자학과 자존의 경계에서 마음에 품은 ‘라이터’를 오래 놓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상의 이름에 값하는 시를 선하기 위한 심사위원들의 지난한 고민과 애씀이 있었음으로 일 년간『상상인』이라는 너른 운동장에 함께해준 수승한 시인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대신한다.
심사위원: 황정산, 김효숙, 전형철(글)
● 시상식 _ 2025년 3월 29일(토) 오후 5시 30분
● 장 소 _ 대학로 [예술가의 집]
● 상상인 ‧ 상상인작품상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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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상상인작품상 이현호 시인
[문화] 제 3 회 상상인작품상 이현호 시인 . 제 3 회 상상인작품상에 이현호 시인의 「 인간성 」 이 선정됐다 . 상상인작품상은 계간 『 상상인 』 게재 작품의 문학성을 높이고 시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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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3 회 상상인작품상 이현호 시인 . 제 3 회 상상인작품상에 이현호 시인의 「 인간성 」 이 선정됐다 . 상상인작품상은 계간 『 상상인 』 게재 작품의 문학성을 높이고 시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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