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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코리아] 괜찮아! 날개가 있으니까 - 이유정 시집

뉴욕코리아 2025. 1. 14. 12:55

괜찮아! 날개가 있으니까 - 이유정 시집 (상상인 시선 056)

 

 

 

책 소개

 

 

이 시집은 「취꽃」의 시다. 시인이 겸허하게 ‘생각 없이 주물러 만든’ 볼품없는 화병이라 칭한 그릇에 바다를 품은 ‘소금꽃’이 피었다. 생각을 여윈 생각으로부터 ‘내일이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릴’ 숨결들이 모였다. 생각 없음이 자유를 주기도 하는구나. ‘창문을 통과한 빛이 거실에 닿아 유리컵이 움찔하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결정적 순간들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한낱 구르는 「동전」으로부터 교환가치와 사용가치가 지배하는 질서 너머에서 빛나는 심미적 가치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은 또 얼마나 참신한가. 시인에게 시는 천사의 온도를 읽을 수 있는 열감지기 같은 것이었나 보다. 너무 작고 희미하고 여려서 인지하기 힘든 것들의 눈짓과 신호를 경청하는 자세로부터 「괜찮아, 날개가 있으니까」 같은 다감한 위무의 말들이 일상의 소음들마저 웅숭깊게 품어주었나 보다. 세상은 “물고기는 발성기관이 없어”라고 가르치나 시인은 “없는 게 아냐 아무도 노래를 듣지 못할 뿐/물속에 집중하고 있는 왜가리를 봐”(「물고기와 장미」)라고 노래한다. 탕그릇 바닥에 마지막 한 점까지 우려내 보잘것없어진 「물고기 대가리」 같은 비극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두고 간 눈알 하나’ 들고 생의 바다를 향하며 나를 돌아보는 우주적 성찰의 시간대가 펼쳐진다. 「목련의 방향」을 나침반으로 품은 자의 지도 속엔 매일 빵을 뜯어먹어야 하는 지상의 수고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신의 제단을 향하여 학을 접는 은수자의 외로운 초상이 있다. 그리하여 활자의 관 속에서 극한 세계를 관통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긴 목을 뽑아 북쪽산을 쪼아대다 어둠을 따라 다시 물속으로 사라지는” 시여. “나무가 제 안으로 새겨 넣은 빛의 파동, 휘몰아치는 시간 속에 돋을새김으로 빛나는 눈들”을 가슴으로 옮겨놓고자 하는 「시간 공작소」의 수고들이 향기롭다. 작가 미상의 보물로 알려진 「백자 철화끈무늬 병」처럼 하마터면 미상에 그칠 뻔 한 시들을 돌무덤을 쌓듯 끌어모은 글벗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제도의 승인이나 호출을 받지 못했으나 윤동주 없는 한국시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이제 이유정 시인 없는 시를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추천사(손택수 시인) 중에서

 

 

내가 사랑한 것들은 대부분 날개가 없었지만

완전한 포옹을 위해서 여기 겨드랑이 한쪽을 남겨둡니다.

 

 

 

시집 속의 시 두 편

 

 

시간 공작소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를 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다 둘러보다 마주친 기둥 속에 눈, 나무가 제 안으로 새겨 넣은 빛의 파동, 휘몰아치는 시간 속에 돋을새김으로 빛나는 눈들, 자작나무를 좋아한다 산에서든 사막에서든 크고 검은 눈으로 자작나무는 나를, 제비꽃 한들거리는 봄을 마르고 쇠한 잎 사락사락 떠나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창문 덜컹거리던 밤, 잠을 뒤채며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단하다고 믿었는데 시간에는 어떤 법칙도 없었다 한 뼘 자라다 부러져 나가고 한마디 인사도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 네 손을 꼭 잡고 한 줌 온기라도 쥐여 보내야 했었다 농담처럼 흘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후회한다 진액으로 상처를 봉합하고 기다리는 시간, 앞에서 톱날이 돌아가도 감을 수 없는 눈이 뜨이고

 

나무의 눈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죽을 때까지 감을 수 없는 눈을

가슴으로 옮긴다

 

 

괜찮아! 날개가 있으니까

 

 

아침에 천사를 만났어 바쁜 출근길에 묻어와서 내 앞에 툭 떨어졌지 베를린 천사*도 이렇게 왔어 그래도 추락하는 표정이라는 게 있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어요? 존재에 대한 예의라는 게 있어 허리도 다리도 접고 앉아 물었어 대답이 없었어 괜찮았지 어떤 존재가 지상의 언어에 금방 익숙해지겠어

 

대신 가만히 눈을 들여다봤지 혼돈의 밤을 막 통과해 도착한 길고 긴 여행이 좀 지루하다는 눈빛

 

안 되네, 왜 안 되지 큰소리로 웃었어 사람들이 쳐다봤지

 

세상에 어떤 열감지기가 천사의 온도를 읽을 수 있겠어 궁금한 것이 자신의 온도인지 세상의 감응 능력인지 천사는 계속 열감지기를 기다리고

 

내가 아는 천사는 두 종류야 옷을 입은 천사와 옷을 벗은 천사 신과 다르다면 가끔 인간을 위해 좋은 일도 한다는 정도 자전거를 타고 빵을 배달해도 콧노래를 부르던 베를린 천사

 

날개를 가진 존재가

사람들과 너무 가까워지면 날개를 잃게 돼

 

천사는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해서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줬는데 바쁜 나를 가만히 잡아끄는 손이 있었어 너무 작아서 기분이

 

좋았지 바닷가로 밀려 나온 작은 조개껍데기처럼 귀에 갖다 대면 사락사락 바닷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계단은 사람들이나 익숙해 조심스럽게 내려보내고

 

기우뚱 멀어지는 모습이 힘겨워 보여 뒤에 대고 소리쳤어

무거워 보이는데 괜찮아요?

 

“괜찮아”

 

처음 들어 본 것 같은 말, 괜찮아

내가 전혀 쓴 적이 없는 것 같은 말, 괜찮아

 

 

*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차례

 

1부 아직 별일은 없고 붉은 달도 울음도 그런대로 좋아

 

매발톱꽃은 피고 19

괜찮아! 날개가 있으니까 20

백자 철화끈무늬 병 23

목화밭 검은 별 26

열 시 이십 분 28

명옥헌까마귀 장롱 32

붉은 계곡 33

백수에 월식 34

한 꼬마 인디언 두 꼬마 인디언 36

시간 공작소 38

오늘의 날씨 39

 

2부 너를 사랑하는 방법

 

꿈 43

수렵생활 44

목련의 방향 46

그림자 취향 49

맨드라미 52

뒷장 54

날마다 여행 56

꼬리에 택배 스티커가 붙은 고양이 58

눈은 희고 장미는 붉고 60

Over There 63

대설 후 66

둘레길 68

증후군 70

 

3부 작고 작아 아름다운 영혼의 집이 흔들린다

 

반사경 75

유리나방의 집 78

여름을 위한 레시피 80

루루 82

물고기 대가리 83

동전 86

월산 공원식당 88

귀산댁 91

변주 92

거미의 집 94

취꽃 96

얼음 위에 발자국 98

수국이 자라는 아침 100

 

4부 끝까지는 다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말

 

바다 터미널 107

꽃 피고 지는 사이 110

멀구슬나무 해변 112

상원사에서 114

그대의 섬 117

블루 118

셀카 120

카일라스 가는 길 122

카일라스 가는 길 123

발가락 탱글링 124

물고기와 장미 127

카메라 옵스큐라 130

 

발문 _ 이유정 시인을 기억하며 133

박순원 김성철 엄지인 이서영

 

추천글 _ 손택수

 

 

저자 약력

 

이유정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생오지문예창작촌>, <시가 흐르는 행복학교>에서 시문학을 공부하였다. <치치시시> 시동인. 유고 시집으로 『괜찮아! 날개가 있으니까』가 있다.

 

 


괜찮아! 날개가 있으니까  

이유정 시집

상상인 시선 | 2025년 1월 15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54쪽

ISBN 979-11-93093-83-2(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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